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왜 차를 타고 집에 가지 않느냐고. 나는 무궁화호를 타고 집으로 간다. 신탄진 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에는 넉넉잡아 40분. 신탄진에서 김천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가면 1시간 15분, 그러니 집까지는 두 시간이면 도착한다.
"왜 KTX는 안 타세요?"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그러면 나는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KTX를 타면 대전에서 김천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문제는 도착한 KTX역이 혁신도시에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김천 원도심으로 들어가려면 버스로 30~40분은 더 가야 한다. 게다가 직장에서 대전역까지 가는 데도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쯤 설명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다. 그러다가도 이내 다시 묻는다. “그래도 차가 제일 편하지 않아요?” 그러면 이제 내가 입을 꾹 닫고 속으로 생각한다.
차를 타고 가려면 퇴근 후 한 시간 반쯤은 지나야 고속도로가 덜 막힌다. 그렇게 출발하면 결국 무궁화호를 탔을 때와 도착 시간이 비슷하다. 게다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시속 130~140km에 도달해 있고, 옆에 앉은 남편은 외친다. “마누라!!!”
고속도로 중간중간에 있는 "사망사고 발생지점" 표지판을 보고, 이러다 위험하겠지 라는 판단에 차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여겼다. 그러다 운전을 좋아한다는 과장님 차를 타고 워크숍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운전습관에 대해 술술 이야기하다 알게 되었다.
운전자의 관심을 많이 뺏지 않으나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보조석. 과장님 저는 3000 rpm 이 되도록 액셀을 밟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된 데에는 어렸을 적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12살쯤 농촌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한 번씩 마당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몰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때 논 사이 난 시멘트로 된 길을 달릴 때 빠지지 않을까 너무 걱정했거든요. 그럼에도 몇 번 더 타긴 했지만요. 그래서인지 3000 rpm이 되면 다시금 그 불안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 불안만이 유일한 이유일까? 오늘 출근길, 나는 고민했다. 어쩌면 내가 운전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무한 경쟁에 빠지게 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앞의 신호를 받기 위해서 조금 밟고, 같이 밟지 않는 앞의 차를 미워하고, 주차자리를 두고는 다른 차보다 먼저 들어가려고 머릿속이 바빠진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잠시 잠깐이고, 남들과 경쟁하는 건 항상이다.
3000 rpm을 밟지 않아도 130~140 km/h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잘 갈 수 있는데도, 타인의 속도와 경쟁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싫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궁화호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