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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율로지]를 보고 상상해 본 미래

블랙미러 시즌7

by 길고영



블랙미러는 새로운 시즌이 발표될 때마다 꼭 챙겨본다.

늘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다양한 미래 사회가 그려졌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율로지]가 마음에 남았다.


외딴 시골에 사는 남자에게 걸려온 전화.

누군가의 장례식의 추억 영상으로 쓰일 '남자'의 기억을 제공해 줄 수 없냐는 제안.

그 제안에 남자는 잊힌 사진을 찾고 잊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남겨진 사진 몇 장.

그 속에서 응어리졌던 슬픔을 마주하고, 결국 풀어냈다.

미래의 기술이 가능하게 한 새로운 장례식.


그걸 보며 ‘문학이 상상하고, 과학이 실현한다’는 명제가 다시 떠올랐다.


1995년 사람들이 상상한 2025년은 이랬다.

로봇이 집안일을 해주고, 집에서 편하게 공부하는 미래.

그런 세상은 어느 정도 실현됐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멀었다.


2000년 초반 영화감독들은

더 먼 미래, 2050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로봇이 번성하고,

기후 재난과 핵전쟁으로 소수의 생존자만 남는 디스토피아.


그런 영화들을 보며 느꼈던 공포는,

단지 물음표 하나였다.


하지만 2050년이 가까워진 지금,

더 구체적이고 실감 나는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아 불안하다.


빈번해진 기후 재난.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나는 세계적 흐름.

물리적 로봇이 일상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도착한 인공지능, AI.


예상치 못한 미래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흔들릴 때마다 이야기 속에 닻을 내렸던 것 같다.


‘율로지’의 한 장면처럼,

한 장의 사진이 한 사람의 마음을 다시 일으키듯.

한 장면, 한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다시 붙잡히는 날들이 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미래를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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