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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Oct 25. 2016

대구 근교 카센터와 개

카센터 주인의 지혜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느냐?
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농가월령가가의 일부분이다. 하루 밤 새 들녘이 바뀐다는 `상강`이다.

마치 자연이 절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오늘 일기예보는 전국이 쌀쌀하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 아파트를 나섰다.


우리 동네는 대구 동구이다.

동네 사람들과 어쩌다가 길게 대화라도 나눌라치면 자연스럽게 고향이 나오는데 중심 단어는 영천이다. 

그다음이 경주, 포항 순으로 등장하는데 모두 대구 동쪽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우리 동네에는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안심역이 있다. 

안심역은 대구 지하철의 다른 종점과 다르게 젊은이들로 넘친다. 

대학생들이 대구 전역에서 이곳 안심역까지 지하철로 온 다음, 스쿨버스나 일반 버스를 이용하여 대학교까지 간다.

근처에는 혁신도시 업무지구가 있어 가스공사, 지방병무청, 기술평가원 등 공사 및 관청에 다니는 젠틀한 신사 숙녀들 또한 안심역을 이용한다.


안심역 주변 도로가에는 건물이 제법 있으나 건물 뒤편에는 바로 농경지로 유명한 연꽃 단지와 가남지 방죽으로 이어져 있다. 

연꽃단지를 중심으로 금호강 쪽으로는 벽화로 알려진 금강 마을이 자라 잡고 있다. 

안심습지는 금강마을에서 금호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전에는 금호강이었는데, 하천뚝 정비계획에 의하여 인공적으로 생긴 습지이다.  


안심역에서 연꽃단지 및 금강마을로 가자면 안심역이 있는 대로에서 2차선 도로로 접어들어야 한다. 

대로와 2차선 모퉁이에 동네 카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대로 인도기준으로는 1m 정도 발아래에 , 2차선 도로와는 평지인 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카센터는 자동차를 주차하는 공터와 차를 수리하는 건물이 구성되어 있다. 

동네 카센터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대로의 인도와 접한 곳은 높이 1m 정도, 콘크리트 옹벽(길이:20m 정도)으로 되어있다.

이 옹벽 때문에 큰 도로 인도에서는 볼 수 있어도 사람은 접근할 수가 없다. 

물론 차도 반드시 2차선 쪽에서 카센터로 진입하여야 한다.


이 카센터에는 개가 살고 있다. 

카센터 주인은 40대 정도로 비만 시작인 과체중 정도의 체격을 가졌다.

 지나칠 때마다 차를 수리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무슨 사연으로 카센터에서 개를 키우는지 알 수 없지만 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개를 키우는 방법으로 목줄에 매서 키우거나 아니면 풀어놓아 키우는 것, 크게 2가지로 나눈다.

묶어서 키우면 개 관리는 편하나, 개는 주인과 분리되어있다는 극도의 불안과 억눌림으로 밤낮으로 짖을 수 있다.

반면 풀어놓으면 관리가 어렵고, 사고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상의 모든 개 주인은 묶어서 키울 것인지 또는 풀어놓고 키울 것인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더군다나 가정집도 아닌 영업을 하는 카센터에서는 더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임이 분명하다.

개를 좋아하지 않거나, 무서워하는 손님에게는 목줄 없는 개는 불쾌감이나 무서움의 대상이다.

반면에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묶여 있는 개를 보면 안쓰럽고 답답할지도 모른다.


극명한 양면이 존재하는 목줄 문제를 카센터 주인은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였을까?

큰 도로 인도 측 콘크리트 옹벽을 이용하여 양쪽에 철심으로 고정하고 그 사이에 철사를 연결하였다.

개의 목줄을 철사에 고리로 연결하여 개가 옹벽(20m)을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였다.

주차 공간 쪽은 개 목줄(1m) 정도 밖에는 나올 수 없어 주인이 작업을 하거나 손님이 주차할 때 방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차와 관련된 개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 

한가한 주인이 또는 대기하는 손님이 언제든지 가까이서 개를 귀여워해 줄 수 있는 자유 제한 공간이 주어졌다.

또한 개의 의사에 따라 주인이나 손님에게 선택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개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 구석진 곳에 일반적으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인간이 보기 싫거나 휴식하고 싶으면 제집에 들어가면 된다.


이 카센터 주인의 지혜를 분단국인 우리나라 통일 정책에 연결하고 싶다.

북한 문제는 개의 목줄 문제와 유사하다.

통일되기 전, 통일 정책은 인내를 수반한 긴 세월 기다림의 연속이기에 목줄 없는(자유분방한) 통일정책도 어렵다.

개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도 없이 실행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줄을 아주 짧게 매거나, 심지어 아예 없애고 좁은 개집(고립)에만 두려는 정책 또한 최선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개와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전제하에, 개와 주인이 서로 다가가지 않고는 평화롭고 행복한 전제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진 카센터 환경에서, 개의 목줄(1m 정도)과 옹벽 길이(20m 정도) 공간에 해당하는 정도까지는 민간 주도하에 , 그 외의 나머지 대다수 공간은 정부가 주가 되는 통일정책으로 `카센터 주인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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