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각로 강성길 Oct 09. 2017

오사카 2박 3일 마지막 날

Good-bye, Osaka Kyoto !


오사카 자유여행 2박 3일 마지막 날

Good-bye, Osaka Kyoto !


초가을의 날씨는 나무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다.

반대로 오사카에서 마지막 날 여행은 시계만 봐도

손으로 살짝 레몬을 비틀어 내는 가벼운 향기 정도의 긴장과 초초가 16:35분 Boarding Pass 전까지

이어졌다.  

아마도 자유여행의 초보자라 그럴 것이다.


어제 교토의 잔잔한 경이감에 그만 발이 녹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진 이유는 무엇일까?

창가 블라인드 커튼 가장자리를 어렵게 비집고 들어온 오사카의 아침 햇살,

반갑게 덥석 맞이한 이유는 오늘이 2박 3일 마지막 일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호텔 조식을 요령 있게 먹었다.

청빈한 조식 뷔페이기에 예전의 경험은 완전히 배제하고 어제의 경험만 살려 밥을 좀 더 듬뿍 담고,

연어 절임 2개, 연어알, 나물 절임 등으로 기본 식판을 짠 다음 샐러드와 커피로 후식을 디자인하면 정갈한

선비의 아침 밥상이 된다.      


1400여 년 전 성덕태자의 서원에 의해 건립된 사천왕사는 오전 8: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된다.

내가 묵은 호텔에서 10여 분 걸리는 거리였기에 10분 전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오사카의 아침거리 풍경은 평일 대구 아침과 너무 흡사하다.

번잡하지 않은 차량 행렬, 여유롭게 이어지는 오사카 시민들 그리고 교통  안내 봉사자까지.

세월아 내 월아 하면서 왔음에도 제일 먼저 방문한 여행객이 되었다.

텐노지 아침 풍경

사람이 없는 색즉시공 사천왕사는 1400여 년 전 백제 왕자, 성덕태자와 시간을 초월한 만남을 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도 사천왕사에서는 기재일 법요가 있다.

기재일 법요에는 무악(일본 전통음악)과 법요가 합쳐진 성령회를 비롯하여 춘분·추분 피안회,

여름의 백중 행사 등 천년 이상의 전통을 오늘날까지 계승하고 있다.

현재 사천왕사는 성덕태자의 화(和)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서민 신앙의 사찰로서 많은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로 정착되어 있다.

사천왕사 입구

이곳 사천왕사 입장할 때 사 두었던 향을 금당 앞 향로에 피우고 부처님께 합장하였다.

사뿐히 금당의 부처님 불상 주위를 경건하게 돌면서 부처님의 자비를 그리고 성덕태자의 화(和)의 정신을

또다시 마음속 깊이 간직하였다.


오층탑에는 석가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사천왕사 가람 방문 모두, 첫 번째 여행객이기에 오층탑에 돌아 올라가는 동안에도 고요하고 엄숙했다.

사천왕사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텐노지’라 하는 것도 일본어로 사천왕사가 ‘텐노지’이기 때문이다.  

사천왕사 중문을 나서면서 기둥에 있는 4개의 전법륜을 돌리는 것으로 시공을 초월한 석가의 가르침을 곱씹어 본다.

전법륜은 석가가 법(가르침)의 바퀴를 돌리는 일, 즉 설법을 가리킨다.       


정문 격인 인왕문을 제켜두고 중문으로 가는 이유는 텐노지 공원으로 가기 위함이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텐노지 공원은 오사카에서 제일 오래된 공원이기도 하다.

여행을 마치고 카톡 바탕화면을 평온하고 그리고 소박한 공원 사진으로 교체한 이유는 오사카 시민의 잔잔한 삶이 녹아있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텐노지 공원

서글서글한  바람의 안내를 받고 초록 숲의 미소에 간간이 손 흔들다 보면 어느덧 텐노지 공원을 찾은 여행객이라는 신분은 망각하고 오사카 시민이 되어 여행의 피로마저 벤치에 내려놓는다.

만나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더라도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히 셀 수 있는 조용한 그리고 사랑받는 공원이었다.

텐노지 공원

행여 언젠가 다시 가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조금은 칠이 벗겨진  벤치에 누워 꾸벅꾸벅 졸다 오리라.

텐노지 공원이 중앙공원 돌마각에 앉아 쉬는 평화로움과 어찌하여 같을까?     

텐노지 공원

여행의 뜻밖에 행운은 일정 언저리에 있어 언제든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여행지를 들리는 것이지만 그 차원을 넘어 넉넉한 시간마저 주어졌을 때 기쁨은

아마도 경우의 수가 너무 적어 마음속으로는 가장 가고 싶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이미 접어두었던 직장에서 합격 메시지를 받는 기쁨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행운은 여행의 오르가슴 속으로 사람을 빠져 들게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잔잔하면서도 핫한 지적 쓰나미는 머니머니 해도  오사카 시립미술관 참관(參觀)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근세 일본 그림의 개화’(近世やまと繪の開花)

2017.9.2.(土) - 10.1(日)

Osaka City Museum of Fine Art(大阪市立美術館)


행운은 혼자 오지 않듯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土佐光起生誕400年(토사 미츠 오키 탄생 400년) 特別陳列(특별 진열) 중이었다.

미술관 직원이 그림과 영어, 한자 등으로 낯선 외국 여행객에게 연필로 그림의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고 또한 그것을 알아차리고자 둘이 쩔쩔매는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가슴속 추억의 비디오로 남은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기념으로 설명에 사용한 미술관 전용 연필까지도 가져가라고 한다.      

특별전시 포스터와 연필



교양의 상징인 미술관 위수지역을 어렵사리 벗어나서 츠텐카쿠 전망대에 올랐다.

여행 마지막 날, 오늘의 동선을 츠텐카쿠 전망대에서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니 고향 같은 포근함이 사방에서 쓰나미 되어 밀려온다.

이런 감정도 정이라면 정이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츠텐카쿠 전망대 스탬프로 가지런히 놓인 두장의 입장권에 청색 흔적을 남김으로써

오사카 교토 여행의 마침표로 삼는다. 그리고 신이마미야(新今宮) 역으로

나는 가고 있었다.

가기 위해서 왔던 여행이기 때문이다.


Good-bye, Osaka Kyoto !

https://brunch.co.kr/@gilliga/43

미술관 엽서


매거진의 이전글 오사카(Osaka)  교토(Kyot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