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각로 강성길 Oct 27. 2017

교 토   !

니넨자카와  무궁화

니넨자카와 무궁화


2박 3일 오사카 여행에서

오사카 · 교토 여행으로 다시 쓰게 한 곳, 교토이다.     


교토에는 아날로그 역사의 손때가 그대로 쌓여있다. 어린 시절 놀았던 친근한 골목의 다른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 곳이다. 실개천 물소리가 교토의 새벽을 깨운다면 여행 나그네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은 천년 수도의 옛이야기일 것이다. 희로애락의 역사가 어둠과 함께 슬그머니 물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머무르는 곳, 교토(kyoto)이다.


교토에는 옛 골목 니넨자카, 산넨자카가 있고, 외로운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카페가 있으며, 마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속삭이는 오래된 라면집이 있는 곳, 교토이다. 옅은 공허함이 감지되는 가와라마치 역과 시죠거리에는 오늘도, 세계의 나그네들이 교토의 어제와 오늘을 찾아 어디론가 가고 있다. 가는 장소는 같아도, 사람마다 와 닿는 느낌이 천차만별인 곳, 교토이다. 평화롭고 자연의 사계를 그리워하고 그리고 햇살이 마실 나오는 담장 끝 지점에 조그만 화분 하나 정도는 놓아둘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교토를 나는 찾았다.

      


시조 거리에는 Takashimaya Kyoto Store의 백화점이 분을 바른 의젓한 오늘의 청년이라면 분주하고 조금은 시끄럽고, 어찌 보면 백화점 청년의 부모 같은 니시키 시장이 같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사람이 받아들이기 버거운 햇볕조차도 소심한 배려의 흔적으로 사람이 다니는 곳, 인도에 긴 우산을 준비한 곳, 또한 시조 거리 풍경이다. 가다 보면 교토의 영광을 도쿄에 넘겨주면서 그 한을 봄 한철 벚꽃으로 승화시킨 Kamo River 강변 모습을 오늘은 볼 수 없지만 한가롭게 노니는 물속 피라미 움직임에서 단아한 게이샤의 절제된 미소가 그려는 것은 비단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스러운 니넨자카 거리는 794년 헤이안 시대의 수도로 지정된 이래 형성되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1868년 도쿄로 수도가 옮겨질 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담 없이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양의 연립된 집들이 모여 니넨자카, 산넨자카 거리를 만들고 거리는 다시 집을 만드는 이곳을 나는 사람들은 걷고, 보고 그리고 생각한다.

니넨자카 거리는 아담한 사거리 한편에 있는 은행나무를 안고있는 주황 꽃, 능소화 미소를 따라가면 된다. 아기자기한 거리 모습에 자주 발걸음이 멈추게 되지만 나의 시선과 걸음을 ‘얼음’시킨 것은 다름 아닌 니넨자카 거리에 있는 무궁화 꽃무리였다. 반갑고 신기하고, 너무나 고마웠다. 니넨자카를, 교토를 내 가슴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내 생애 마지막까지 니넨자카와 무궁화는 함께 그려질 것이다.

https://brunch.co.kr/@gilliga/40


이전 15화 사라지기 전에 경험해야 할 80년대 마지막 목욕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