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배롱나무

대구 율하 체육공원 정자에서

by 오각로 강성길

이곳 율하 체육공원은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있다.

대구로 이사올 때 전세를 알아보려 왔던 동네이다.

당시에는 택지지구라 어수선할 때이다.

기반 시설은 되어 있었지만 주변 아파트 공사로 인하여 시끄러웠고 어지러웠다.

당시에는 지어진 아파트에 비하여 입주가 적어 사람이 제대로 살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앞에는 금호강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금호강에는 오리, 왜가리 등 철새 또는 토종 조류가 금호강 주인 행세를 한다.

메기, 붕어, 피라미 등 물고기가 사람 시선 내에 있는 강이다.

가끔은 무엇에 놀랐는지 고라니도 튀어나오고 뒤이어 들개도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 하천이다.


정자에 앉아서 금호강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몇 발짝 옮기면 탁 트인 강은 언제든지 사람 시선 내에서 흘러간다.

이런 위치에 정자가 있다. 정자도 세월이 흘렀다고 바닥이 군데군데 파이고 삐걱 소리도 난다.

정년퇴직 후 정자에서 쉬는 횃수가 자자 졌다.

계절에 따라서 정자의 풍경이 다르다.

봄이 소박한 새색시 같은 연초록 느티나무가 눈에 띈다면 여름은 배롱나무가 사람들의 시선을 독점한다.

오늘도 정자에 앉자보니 배롱나무 꽃만 보인다.


배롱나무는 대표적인 여름꽃나무이다.

올여름 무더위가 심한 덕분에 자주 왔다.

올 때마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여름이 시작인 7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10월까지 핀다.

꽃은 작지만 작은 꽃이 모여서 솜사탕처럼 큰 꽃처럼 보인다.

꽃의 색깔도 다양하다.

하얀, 분홍, 빨강, 보라 등등이다.

배롱나무 줄기는 모과나무처럼 깔끔하고, 껍질은 벗겨져 떨어져 나간다.

배롱나무 주변에 이팝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도토리나무 등 키도 크고 몸체도 풍성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만 언제나 배롱나무만 눈에 띈다.


오늘은 배롱나무가 이렇게 말을 건넨다.

"너는 왜 나만 초점 없이 바라보냐(이주일 버전)"

나는 깜짝 놀라

"네가 이쁘잖아 바라보는 게 싫으면 꽃을 피우지 말던가 아니 피워도 분홍꽃만 피든가?(배철수 버전)"

그것뿐이야 무더운 여름 내내 심지어 가을까지 한결같이 피는 나무가 배롱나무이다.

배롱나무 정도(正道)의 경치(제와 정)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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