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친절에도 공짜는 없었다
둘째 딸이 이번에는 일본 오사카로 혼자 자유여행이란다.
지난번 3박 5일짜리 패키지여행 이후, 2개월을 넘기지 않고 자유여행을 준비했다.
이번 자유여행에 원천이자 추진 동력은 올여름휴가 때 말레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보낸 자유여행(1박 2일) 같은 패키지여행이었다.
자유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오직 하나, 엔화 환전에 대해서만 아빠인 나에게 부탁했다.
지난번 여행에서도 환전을 부탁했었다.
말레시아 화폐는 링깃으로 대구에서는 손쉽게 환전이 되는 화폐는 아니었다.
여러 군데 알아본 결과, 혁신도시에 있는 한 은행에서 환전이 가능했다.
떨어져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찾아간 은행에서 적은 금액(5만 원)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말레시아 화폐 링깃으로 환전을 주문했다.
`우수고객으로 환전 수수료를 저렴하게 해 준다`는 친절함에 개인정보에 관한 확인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핸드폰에 은행 앱까지 손수 설치해 주었다.
환전 중에는 15년 전에 본 은행에 계좌가 있었고, 직장명 주소 등을 상세하게 먼저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환전 업무를 처리해주는 담당자가 그저 고맙기만 하였다.
여행 가기 15일 전에 둘째 딸이 30만 원을 내 통장에 입금을 하였다.
바로 해야지 하면서도 여유가 있어서인지 바로 환전을 하지 못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행 가기 2일 전인 오늘에서야 환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이었다.
집 근처 은행에서 환전하려고 할 때 갑자기 지난번 우수고객으로 환전이 가능한 혁신도시 은행이 떠올랐다.
부랴부랴 다시 집으로 가서 차를 타고 혁신도시 은행으로 달려갔다.
월요일이라 해도 아직은 활성화가 안된 혁신도시 은행이었다.
번호표에는 `대기 고객이 3명이 있다`고 적혀 있고, 객장 안에 전광판에도 대기자 수를 안내해 주었다.
안내직원에게 `은행 주차장이 어디에 있느냐` 물으니 `건물 뒤 지하에 있다`는 것이다.
30년 운전 경력자도 찾지 못하고 남들과 같이 길에 주차하였다.
따라서 대기시간이 불안하였다.
대기자는 많지 않은데 대기시간은 20여분이 지나서야 본인 순서가 되었다.
다행히도 지난번에 우수고객으로 친절하게 해 준 직원이었다.
먼저 알아보니 반가웠다.
30만 원을 엔화로 환전을 주문했다.
담당자는 추석 전이고 또한 지난주 금요일에 엔화 환전이 많아서 30만 원에 대한 2만 7천 엔 환전은 안되고, `3만 엔을 환전하든지 아니면 2만 1천엔(천 엔 화폐가 1장밖에 없기 때문) 환전을 하라`는 수정 주문이었다. 작은 식당(메뉴에는 있지만 1~2개 정도 음식 주문만 강요하는)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대형 은행에서 `이럴 수가 있느냐`며 물었다.
지난번 친절함은 어디에도 없고 섬뜩할 정도로 사무적인 말투로 `죄송하다` 고만하였다.
순간 벽에 부딪혀 띵한 무기력감과 황당함이 말문을 닫아 버렸다.
상황(지금 이 순간) 뇌경색으로 말을 더듬는 사이 근처에 공사(공기업) 내에도 같은 은행이 있다고 하였다.
주변에 있는 공기업에 들여가려니 바리케이드가 가로막아 잠시 멈추었다.
경비원이 다가왔다.
국가 시설이라 경비실에서 신원을 확인한 후 주민증을 보관하고 출입증을 지참한 다음에야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단다.
들어가는데만 5분 정도 걸렸다.
은행은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내직원이 다가오면서 용무를 물어보았다.
방금 전 상황의 후유증인가 대답을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창구 직원이 `엔화 환전 때문에 오셨죠`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아~ 세상이 이렇구나.
아마도 불만 고객 가능성 때문에 미리 전화로 알려준 모양이었다.
환전이 끝나고 차를 운전하면서 생각해 본다.
비가 오는 날, 걸어갈 수 있는 집 근처 은행 나누고, 차로 이곳까지 왔서, 오전 내내 환전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극히 사무적인 `죄송하다`말 한마디로 마음에 상처까지 - - -.
5백 원 내외의 이익을 보자고.
내 참! 은행 직원의 친절에도 공짜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