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벗어나면 보인다
5월의 색은 가느다란 녹색의 파스텔톤이다.
5월의 푸른 물결은 도시에서 시골로, 집안에서 밖으로,
그리고 사무실에서 거리로 이어진다.
무너져 가는 담장에는 장미가 무성하다.
이런 계절에 성주봉 자연 휴양림으로 승용차에 몸을 맡기고 미끄러지듯이 대구 시내를 벗어난다.
대구 시내에도 5월의 정취는 지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주봉 자연 휴양림으로 떠나는 것은 5월의 풍광에 취해버리고 싶어서일 게다.
싱그러운 바람이 코 등을 지나기 수어 분, 나도 모르게 5월의 단잠에 빠져든다.
5월이 아니면 느끼기 어렵다. 솜사탕 같은 부드러운 계절이다.
이런 기분은 현실과 무릉도원의 경계를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가는 곳마다 5월을 느끼고, 보려는 차량으로 끝없이 길은 채워져 있다.
그 길이 서울 가는 길이든 성주봉 자연 휴양림으로 가는 길이든지 구분하지 않는다.
상주는 성주봉 자연 휴양림이 소재한 행정구역 중심 도시이다.
인구 10만 시민의 삶은 자연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5월이든 아니든 언제나 자연생활이다.
상주 길 옆에 도랑에는 계곡물이 바위를 지나고, 풀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는 동안 청정수가 되어 언제든지 사람 곁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상주시내를 벗어나자 들판에 넘실거리는 보리밭은 그곳이 바람의 길이었음을 보여준다.
겉보리 논 풍경은 서서히 뜸해지면서 그 자리에 어린 벼가 자라고 있다.
아주 여린 몇 포기 벼는 깊은 논 물에 잠길 듯이 바람에 너울거린다.
여린 잎은 힘겹게 바람에 따라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어 숨 쉬곤 한다.
넓은 평야에 듬성듬성 보이는 벼포기는 들판 전체를 가벼운 푸른빛으로 물들일 뿐 무더운 올여름을 온전히 지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농부는 어린 벼의 애초로 움은 아랑 하지 않고 계속하여 보리밭을 모내기 논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종다리의 '지지배배' 소리만 시골의 빈 공간을 채울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성주봉 자연 휴양림 가는 길 풍경이다.
상주는 오랜 전부터 곶감으로 유명한 지방이다.
하지만 가는 길 근처에는 감나무를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상주는 아주 넓은 지역이다.
이곳 사람들에 의하면 다른 곳에서 `감나무를 집중적으로 많이 작목 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경주와 상주를 일컬어 경상도라 할 만큼 상주는 경상도에서는 중심적인 도시였다.
지금은 아주 조용한 농촌 도시일 뿐이다.
지금 가는 성주산 자연 휴양림 정도의 풍광은 상주 곳곳에 있다.
특별히 휴양림이라고 해서 상주의 별난 곳은 아니었다.
산막이 있고, 사람이 잠시 쉬었다 갈 정도의 정자 시설만 조성해 놓은 곳에 불과했다.
어찌 보면 상주시 전체가 자연 휴양림의 조건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의 들뜬 기분은 성주산 자연 휴양림에 도착이 돼서야 끝이 났다.
상기된 얼굴에는 어느덧 놀라움으로 가득 차고 입과 눈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계곡물에 씻긴 바람은 도시 사람들 가슴속 깊은 곳부터 이미 정화작업을 하고 있었다.
5월의 자연은 우리의 머리를 신록으로 바꾸어 놓았다.
많은 사람이 신선이 된 느낌이다.
손이 계곡물에 닿고서야 이승으로 돌아오게 하는 성주봉 자연 휴양림.
산이 주는 정기는 어느 산이든 있게 마련이지만
속리산을 모산으로 하는 성주봉 역시 상주의 정기를 잘 간직한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