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출발점
오랜만에 퇴직한 동료와 산행을 약속했다.
퇴직 후 3개월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노는 것도, 집에 있는 것도, 이웃과의 관계에도 어설픔이 풍기는 병아리 퇴직자와 통영의 미륵산에 가기로 한 날이 오늘이다.
초여름의 새벽, 대구 반월당역의 공기는 도심이라도 싱그러웠다.
전문 산악회에서는 대구 도심을 벗어난 한가한 고속도로 현풍 휴게소에서 간단하지만 맛있는 조식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도 여행이 주는 들뜬 기분은 어린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풍 휴게소의 자판기 커피는 설렘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일류 호텔의 커피 맛과 견주어도 손색이 전혀 없었다.
들뜬 기분이 채 가시기 전에 푸른 물이 춤추는 남쪽 바다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순수한 산행은 아니었다. 미륵산에 있는 송화사에 잠시 들러 사찰의 분위기를 느끼고, 미륵산 중턱 구릉에 올라 점심을 간단히 먹고, 산행 도중에 내려와서 통영 어시장에 가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로서는 아주 상상하기 어려운 진로 변경이지만 모처럼 나들이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산 중턱 구릉에 도착하는 것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통영 미륵산 동쪽 3부 등선에는 넓은 평지가 있다. 그곳에서 등산객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벤치와 화장실, 잔디 광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져온 점심을 나누어 먹고, 바다에서 정화된 공기를 아주 천천히 폐로 나르고 있었다.
한가함이 지나치다 싶을 때쯤 작지만 ‘라’ 음의 예사롭지 않은 부부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들어보니 부인은 용화사로 가는 오른쪽 길로 가자고 하고 남편은 왼쪽 산길로 가자는 아주 사소한 의결 충돌이었다.
생각보다는 의외의 광경이 벌어졌다.
부부는 서로 주장하는 길로 각자 가는 것이었다.
약간 당황했지만 가만히 그 광경을 음미해 보기로 하였다.
50 중반에 부부는 왜 각각 주장하는 길로 갔을까? 결국 잠시 후면, 두 길 모두 용화사에 도착될 텐데 말이다.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을 새로운 생각에 이르게 도와주는 촉진제 역할을 하나 보다.
이렇게 상상을 해 본다. 부부는 아마도 이런 과정의 삶을 살아왔다고 가정한다.
50세 이전에는 아내는 이런 결정에 있어서 남편의 의견을 따랐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아내가 50을 넘으면서 남성 호르몬의 증가로 중성화되면서 서서히 자기의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편의 경제력도 전과 다르게 많이 약화되었다고 상상해 본다.
이런 2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나. 추측한다.
지금 이 문제는 우리의 노후 문제인 것 같다.
50세 넘은 부부는 전과 다르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변화했는데도 부부 관계는 아직도 구태의 사고를 가지고 현실을 대하고 있다.
특히 남편은 좀 더 아내의 변화를 감지하고 전과 같이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호 의존하는 대등관계로 인식해야 했다.
부인은 본인도 모르게 남성화가 강화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했다.
남편은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경직된다.
때문에 내어 뱉은 말에 대하여는 고집스럽게 집착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했다.
반면에 아내도 전과 달리 자기주장이 갈수록 확실해지고 단단해지기 때문에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인지해야 했다.
부부 모두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살아온 경험에 근거하여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소소한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노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노후 문제 접근은 노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