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삶을 꿈꾸며
처서를 앞두고 먼저 찾아올 태풍은 여름을 한걸음 가을 쪽으로 다가서게 할 것이다.
아파트를 벗어나면 펼쳐지는 주변 공원 모습에서, 하늘에서, 구름에서, 먼 산에서 그리고 아스팔트 길 위에서 조금이나마 가을의 기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계절만큼이나 많은 혜택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 또 있을까?
봄이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면 겨울 계절 진가에 그때그때 감사하기는 어렵겠지만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는 다가올 계절에 대한 기대를 언제나 가져도 좋지 않을까?
우리네 삶이 현재보다 미래에 의미를 더 부여하기에 오늘 같은 날 가을에 희망을 배팅하기 좋은 날이다.
비록 태풍 전 낮이지만.
태풍이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혜택, 그것은 한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밀어내고 가을 맛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내일이면 태풍의 본모습을 보기 싫다고 고개을 돌리고, 눈을 감아도 그리고 몸을 숨겨도 온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네 여기저기를 어지럽게 만들 것이고 또한 태풍을 맞이하기에는 버거운 독거노인조차도 태풍과 함께해야 할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태풍의 어수선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태풍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몸으로 살아온 인생이기에 동행자 하나 더 추가시킬 뿐이다.
미운 사람이든 고운 사람이든 심지어 태풍까지 함께하는 `삶`이였기 때문이다.
태풍을 보면서, 느끼면서 그리고 보내면서 `우리 이웃들은 까칠한 손님을 맞이한다`는 느낌이 지배적일 것이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하늘을 쳐다본다.
내일도 우리 동네 사람들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동시에 태풍에 대한 인간의 한계성도 순간적이나마 느낄 것이다.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듯이
세월의 섬뜩한 역기능은 대부분의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꿔버리는 것일 게다.
내일 오는 태풍도 올 가을쯤에는 추억의 태풍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바람이 비를 동반한 것인지 비가 바람을 동반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은 태풍은 내일 지나갈 것이다.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은 이번 태풍으로 인하여 열대야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도 자자든다는 점이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TV에 오르내리고 금호강이 성난 강물로 허덕일 때쯤 태풍은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동시에 생을 마감할 것이다.
올여름 튼실이 성장한 곡식들은 농부의 성실한 땀방울과 태풍 속에 한 줄기 햇빛까지도 원하겠지만 이번 태풍이 이를 허락치는 않을 것이다.
그저 우물쭈물하다가 본인의 세계가 전부인양 살다가, 한 움큼의 부토로 돌아가는 우리 동네 서민에게 이번 태풍과 같은 비자발적인 `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한 가지 소원을 갓바위에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