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 1 <접속> ep.1 비영리세계의 문을 열다.
환영합니다!
지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비영리단체의 실체를 알아가기 위한 멋진 모험의 시작에 앞서, 이렇게 파티 구성원으로 함께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비영리단체에 근무하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를 대표해서 당신의 용기 있는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2017년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비영리민간단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포함한 조직의 법인 수는 약 6만 3천개이며, 그 종사자는 약 71만 5천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지금 당신은 귀가 찢어질 정도의 우렁찬 환대의 박수를 받으신 것입니다. 환영인사가 다소 약소하다 느끼실까봐 설명드려요.)
앞으로 제가 책임을 지고 당신이 비영리 영역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며, 힘에 부치는 순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겠습니다. 이어지는 퀘스트 내내 당신의 곁에서 다양한 호기심을 채워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니, 저를 믿고 함께 길을 떠나보시죠.
우선 로그인 방법을 안내해 드리죠. 일단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이디를 한 번 작성해 보시겠어요?
‘CURIOUS_NPO’
오~ 아이디를 확인해 보니 당신은 꽤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인 분 같네요. 일단 이 퀘스트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퀘스트에는 어깨의 힘을 쭉 빼고 부담 없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탐색에 앞서 가볍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이번 퀘스트는 일종의 ‘튜토리얼(tutorial)’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새로운 정보라면 쓱~ 한 번 둘러보시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부담 없이 바로바로 스킵을 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저 또한 당신과 담소를 나누듯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이사를 해본 경험이 있나요?
나에게 딱 맞는 집을 찾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 다리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다면, 어느 공인중개사무실을 가도 다짜고짜 집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매물을 살펴보기 전에 대화를 통해 어떤 집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확인하며 그것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는 걸 아실 텐데요.
딱 비슷한 감각으로 이번 퀘스트를 함께 풀어보자고요. 커피 한 잔 내어놓고 이야기 나누듯 무겁지 않게 말이죠. 저의 설명이 당신께 바로 그런 따끈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허위 매물은 보여드리지 않을 것을 약속드려요.)
어떻게 보면 직장을 구하는 것도 집을 구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죠.
위치(교통), 크기(조직규모), 가격(연봉) 등 여러 세부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이것저것 고려 사항이 무척 많지요. 게다가 한 번 계약하면 쉽게 돌이키기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사항들이 존재하기에 애초에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고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선택 앞에서 이제 에누리 없이 당신에게 딱 맞는 ‘비영리단체’라는 공간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제가 준비한 커피와 이야기들이 입과 귀에 맞길 바라며⋯.
일단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제가 먼저 맞춰볼까요? 흡사 인물 맞추기 게임처럼 말이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안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분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형 1. 일반적인 회사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취업을 준비하는 분
유형 2. 영리 회사에 다니다가 새로운 커리어 전환을 고려하는 분
유형 3. 이미 비영리단체에 몸담고 있지만 보다 포괄적으로 비영리 영역을 바라보고자 하는 분
어떤가요? 제 예상이 얼추 비슷하게 맞지 않았나요? (흠흠⋯) 당신도 이 세 가지 영역에 속할 텐데요(그렇죠? 제가 막 우기는 거 아니죠?) 살포시 답을 정해 놓고 질문하는 것 같지만, 뻔뻔함을 무릅쓰고 계속 말을 이어가 보도록 하죠.
유형 1의 경우, 당신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보다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겠죠? 아마도 비영리단체에 관심을 가진 것 자체가 급여를 중심으로 한 외재적 보상(extrinsic compensation)보다는 일의 사회적 의미와 보람, 개인의 성장 가능성 등 내재적 보상(intrinsic compensation)을 추구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당신은 자신의 사회기여도나 관련한 인권감수성에 훨씬 더 민감하고, 그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이에요. 당신은 단순 시장에서 하나의 역할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일을 통해 의미를 찾는 *미닝아웃 세대에 속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분이 틀림없네요.(*미닝아웃(Meaning Out)은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 취향, 성향, 주장 등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죠. 순화어로는 ‘소신소비’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유형 2의 경우, 당신은 아마도 일반적인 영리 기업을 다니다 순간 자신의 일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연봉과 환경 모두 만족스럽지만, 마음속 깊이 품었던 삶에 대한 질문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혹 ‘더는 이렇게 경쟁하듯 살 수는 없다’ 느끼지 않았나요?
매번 회사 내의 경쟁시스템 속에서 조직과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의무감과 싸우던 당신은 앞으로의 생의 의미에 대해 더욱 질문을 하게 되었고, 높은 연봉이 자신을 오롯이 만족시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만큼 성숙해져 있을 것이에요.
물론 직장을 떠나 새로운 사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삶의 의미를 투영할 수 있는 직장을 먼저 찾아보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당신은 제 N차 인생을 꿈꾸는 분이 틀림없네요.
유형 3의 경우, 당신은 이미 비영리단체에 근무하고 있지만, 혹시 자신이 섹터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매우 좁고 한정적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어쩌면 한 단체에 입사해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있어 다른 비영리단체의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도 같아요. 혹은 본인이 근무하는 비영리단체와 조금 성격이 다른 단체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요.
당신은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여러 다른 비영리단체 실무자가 모이는 모임에도 가보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 지는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아 당황한 적이 종종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이미 당신은 여러 비영리단체를 경험해 보았지만, 단체마다 성격이나 운영방식의 차이가 커 비영리단체만의 특성을 도무지 정리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찌 되었든 당신은 비영리 섹터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과 성장 욕구가 많은 분인 것만큼은 틀림없네요.
그렇다면 접속을 참 잘하셨습니다! 당신 같은 분을 비영리단체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일이 다 그렇듯 많은 것이 자신의 기대와 다를 때가 있죠. 비영리 영역 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도 이 퀘스트들을 통해 비영리 영역을 마냥 미화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후 퀘스트를 계속 수행해 가면 알겠지만(네, 이어지는 챕터를 계속 읽으시라는 뜻입니다) 비영리 영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이나 제한 영역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을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완벽한 이데아는 어디에도 없고, 그러니 완벽한 직장은 당연히 존재할 수 없겠죠. 하지만 용기와 지혜가 있는 당신은 이러한 어려움을 잘 해결할 것이라 믿어요. 모쪼록 당신의 기대가 부디 이 가이드를 통해 조금이라도 충족되길 바랄 뿐입니다.
자, 이번에는 제가 질문을 한 번 던져볼게요. 당신은 왜 비영리단체에 왜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정부 기관도 아니고 일반 영리회사도 아닌, 시민사회 영역을 말이죠.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비영리 영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해 보면 앞의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한 상황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꼽자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라는 것이예요.
다시 말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 사회와 소통하며 관계하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들인 것이죠. 당신과 같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지금껏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을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혹시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한 때 비영리 영역에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려보기 위해 자주 활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었는데,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라서 다시금 소개해 보려 해요.
소셜픽션이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으로 소액 대출을 하던 ‘그라민 은행’의 총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도의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가 2013년도에 스콜월드포럼에서 ‘과학이 공상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을 닮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킨 것처럼, 소셜픽션을 써서 사회를 변화시키자’며 주창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SF소설과 영화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실제로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담아낸 SF장르는 재미는 있지만 지금은 잠시 잊읍시다.)
이처럼 바라는 사회에 대한 미래적 상상을 통해 사회를 건강한 방향으로 함께 이끌어 나가자는 운동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고요.
그리고 그것들을 추동하는 핵심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많은 비영리단체, 공익활동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오늘도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개인들이 그물처럼 서로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연대(solidarity)’라고 부르죠.
여기까지 말을 이어가 보니, 문득 삶의 의미를 찾아 사회적 변화를 위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 한 잔 더 리필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