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보스(1) 불안

ep.9 BOSS 1. 불안

by 길잡이스튜디오


1. 첫 번째 보스의 등장:

무엇이든 녹이는 강력한 타액으로 당신의 굳은 의지를 공격하는 '불안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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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성향: 끈적한 타액으로 결단력과 확신을 무르게 하여 상대의 걱정과 근심을 먹고 점점 더 자라남

* 데미지 특징: 몸에 끈적이라도 붙은 듯 사고 전환이 잘 안 되고, 매사 의심이 생기며, 주변의 말이 모두 심각하게 들림



퀘스트에 진입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당신은 첫 번째 보스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뭐야. 이렇게 빨리?’ 놀라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보스는 당신이 방심하는 틈을 엿보고 있다가 슬며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니까요.


그 음흉한 보스의 이름은 바로바로!

‘불안 슬라임’.


잊을 만하면 안정된 마음을 찢고 등장해 순간순간 당신을 예민하고 불안하게끔 만드는 존재입니다.

이 퀘스트 중간에 나타난 보스는 자신의 입안 끈적한 타액으로 모처럼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당신의 의지와 신념을 살살 녹이려고 달려들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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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불안 슬라임에 휘감기게 되면 비영리단체에 막 입문한 활동가인 당신은 이러한 감정이 새삼스러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왜 이러지,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데⋯.’

‘뭐야, 내가 이곳으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또 어느 날의 퇴근길에서 씁쓸한 얼굴로 문득 되물을지도 모르겠네요.

‘비영리단체에 괜히 들어왔나?’,

‘비영리단체에 괜히 들어왔나?’,

‘비영리단체에 괜히 들어왔나나나나나나⋯⋯ ’(에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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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 당신이 비영리단체에 입사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겠지만, 또 적지 않은 수의 친구들과 친지들이 우려 섞인 말 또한 전해 줬을 테죠.

괜히 모임 가운데 급여, 승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스스로 더 움츠려 들고⋯.


그런 목소리들을 이제껏 자신만의 확신으로 반박해 왔는데, 정신없던 적응기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즈음 ‘이 길이 맞나’ 싶은 불안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죠.

비영리단체에 입사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던 시기에는 그렇게 확실했던 신념이 정작 입사 이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자 당신 자신도 매우 당황스럽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신은 ‘불안’이라는 보스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갑작스레 강한 적을 마주하면 누구라도 움츠러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호흡을 가다듬고 그 보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 보면 됩니다.


자, 불안 슬라임의 타액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지만 말고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주변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둘씩 주워 들어 보죠. 지금 당신은 완전히 빈손이지만, 보스를 이길 만한 그 어떠한 무기가 손에 쥐어지기 시작하면 금세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보스 필살기: ‘속닥속닥’, ‘카더라’ 타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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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러한 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를 쫓자면 사실 여러 갈래가 있을 것이기에 그것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유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당신이 새로 획득한 정보가 다분히 단편적이라는데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가 일종의 음식이라면 불안은 일종의 급체, 즉 정보과잉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낯선 환경과 낯선 업무, 낯선 사람들과 마주한다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기대했던 비영리단체에 막상 들어와 보니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부분도 하나둘 눈에 들어오죠?


정작 문제는 당신이 느끼는 한계와 실망감이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 생성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시기 대부분의 불안은 당신 내면의 목소리가 아닌, 외부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생성될 때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혹시 주변의 누군가가 ‘속닥속닥’ 거리며 근거 없는 내부 비난을 하거나 ‘카더라' 통신을 통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예를 들면, 주변 지인의 목소리(‘내 친구 중에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매일 야근만 하고 월급도 쥐꼬리더라’)나, 함께 교육을 받는 동기들(‘전에 있었던 조직과 비교해 보니 여기 좀 별로인 것 같아. 나 한 1~2년만 경력 쌓다가 퇴사하려고’), 으스스한 말을 슬쩍 전하고 사라지는 선배들(‘아이고, 그 부서 좀 힘든데, 고생 좀 하시겠다’), 시끌벅적한 내부 커뮤니티 게시판(‘000 팀장님께 해명을 요청합니다’) 등의 여러 이야기를 마주할 때마다 당신은 난감함을 느낍니다.


거기에 정작 막막한 업무들은 모두 과중해 보이고, 경력직이면 경력직대로 기존의 단체나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단체의 업무 체계를 지금의 현업과 비교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영리 기업들에 비해 물리적 환경이나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비영리단체들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잖아요.

(녹는다. 녹는다. 내 신념이 녹는다~~아.)


그만!!


일단 잠깐 생각을 멈추세요.

너무 성급하게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당신에게는 몸담은 조직의 관성을 익힐 시간이 먼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반짝이겠다는 욕망을 한 수저 덜어내세요. 그 조급함이 실제로 당신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거든요.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안의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에요.

내 친구나 가족, 지인이 ‘누군가에게 들었다’ 던 그 멀고 먼 타인의 경험과 생각 때문에 자신의 신념과 믿음이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을 스스로 가졌는지도 살펴보세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고 맹목적으로 그것에 나를 대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과 기준으로 판단할 준비가 되었다면 일하고 있는 단체와 자신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아무리 사전에 조사를 깊이하고 입사를 하였더라도, 자신이 조직에 속하기 전 외부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조직과 입사한 후 내부적 시선으로 경험한 조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그 사이 조직이 변했다기보다는 당신이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와 포커스가 달라졌기 때문일 테죠. 지구에서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 푸르른 창공이 보일 뿐이지만, 달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그저 어둠 속에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인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 조직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완벽한 자유를 주지 못합니다. 비영리단체에 입사해 실망했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대했던 것보다 조직이 딱딱하며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의견인데요, 당연히 비영리단체라고 마냥 유연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아시다시피 무한정한 자유가 개인의 성장동력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많죠. 그렇기에 당신이 조직에 대해 얼마큼 기대하였는가에 따라 만족도의 낙차 폭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재직자라고 해서 조직에 만족도가 다 똑같을 수는 없죠.

어떤 사람은 느슨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반대로 불안함을 느끼잖아요.

또 팽팽한 긴장감 가운데 누군가는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반대로 누군가는 피로감을 느끼겠죠.


그렇기에 당신이 진입 초기에 만난 다소 시니컬하거나 무기력한 내외부 인원들이 하는 말을 너무 일반화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잘 모르는 이들 중에는 묵묵히 자기 자리에 만족하며 그것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이들이 꽤 많거든요(게다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눈에 잘 안 드러나요).

어디서건 빅마우스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 자체에 집중하며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정보를 취합해 가보세요. 그 누구의 목소리보다 그것을 가장 먼저 신뢰하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처음 입사하고 한동안은 들뜬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조직에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동시에 너무 실망하지도 않는 ‘중립성’을 잘 지켜보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후에 당신이 차근차근히 해 나가야 할 것은 조직과 나의 ‘건강한 거리 찾기’입니다. 살짝 거리를 두어 바라보는 훈련, 그러니까 꼭 나와 조직을 하나로 연결할 필요는 없어요. 물론 대부분 비영리 활동가들의 일과 삶의 거리가 다른 영리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이 사실이에요. 조직의 미션과 자신의 사회적 미션이 닿아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살짝 거리를 두어 바라보는 것,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놓지 말길 바라요.


이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객관적인 시야로 불안 슬라임의 모습을 마주하면, 분명 그 안에 물렁물렁하고 허술하게 보이는 약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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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어 스킬:


1) 수용성의 획득: 당신이 수용성을 획득한다면,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실 불안은 ‘확신’을 연료로 활용하는 활동가에게 더욱 쉽게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그래서 불안은 활동 내내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처럼 확신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덥석 당신을 공격할 것이에요.


하지만 때때로 그런 현실 고민이 당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불안이 밀려올 때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정확히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일단 불안한 자신을 기꺼이 수용해 보세요.

그러면 현실이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2) 재야의 고수 찾기: 지금 당장 보스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물러나 자신을 성장시킬 주변의 고수를 찾아보세요.

당신의 조직 안에 반드시 그럴만한 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냐고요? 일단 잠시 눈을 감고 처음 신입 교육을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머릿속에 스치는 교육 강사 중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입니다.

조직과 활동에 대한 좋은 기운과 좋은 정보를 줬던 사람, 좀 더 부연 설명을 듣고 싶었던 강의⋯.

바로 그런 사람에게 고민의 메일을 보내보세요. 90% 정도의 확률로 그들은 흔쾌히 당신과의 면담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아냐고요? 비영리 활동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적으로 일을 하는 이들이라 말씀드렸죠?

그들은 이처럼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쉽사리 거부하지 않을 거예요.


3) 동료 플레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일단 말을 하십시오.

동기들이나, 그도 여의찮으면 온라인으로라도 시민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를 찾아 글을 올려 보는 것도 좋겠죠.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유형은 다르지만 다들 일정 부분은 나와 비슷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가 ‘확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래프로 표현하면 쭉 일직선으로 뻗어나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삐뚤빼뚤할 수밖에 없죠.

정작 중요한 것은 목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당신의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면 불안이라는 보스가 그리 특별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코 이길 수 없어 보였던 불안이라는 큰 덩치의 슬라임이 알고 보니 분신술과 덩치불리기에만 능한, 일종의 거품이라는 알게 되는 것이죠.


4) 스피드 업: 이번 첫 번째 보스의 약점은 비대한 몸집만큼 걸음이 느리다는 것이에요.

당신이 괘념치 않고 불안 슬라임을 흘려보내면 그것은 결코 당신을 따라붙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다른 보스에 비해 확실히 지속성이 약하기에 일단 일정 부분 불안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시 일상을 회복해 보세요.

무시할 수 있으면 최대한 무시해 보자고요. 그렇게 일상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 마음속 불안함과의 거리가 아주 멀어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에요. 덩치 큰 불안 슬라임은 이미 한참 뒤처져 이제는 아주 조그마해 보일 겁니다.


5) 횃불 부여잡기: 때로는 불안보다 지나친 확신이 오히려 조직에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습니다.

폐쇄적인 자기 확신은 아집으로 빠질 때가 종종 있거든요.

사실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이 올바른 활동가의 모습입니다.

그 누구도 어두운 숲길을 겁 없이 뛰어갈 수는 없습니다. 조급해 마시고 천천히 더듬어 가세요.

당신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그 누구도 완벽한 확신을 가지고 일하는 활동가들은 극히 드뭅니다. 다들 각자의 신념을 다잡으며 오늘 하루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죠. 그러니 의심하고 살펴보되 가능성의 희망을, 그 뜨거운 횃불을 잃지 마세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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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당신은 보스 제거를 통해 경험치(Exp) 레벨이 +300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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