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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초적 Oct 21. 2023

트레킹을 하며

그저 걷다가 생각한 것들


휴일이 되어 일찌감치 눈을 떴다. 이불속에서 눈을 감고 오늘은 어떤 휴무를 보낼지 생각해 본다.

나무와 흙냄새를 좋아한다. 동네에 가볍게 트레킹 하기 좋은 곳을 검색해 보았다. 왕복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가벼운 산책 코스이고, 집에서 교통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재빨리 이불속을 나와 가벼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면서 근처 맛집을 찾아보니 순두부로 유명한 곳이 있었다. 도착해 따뜻한 순두부를 한 그릇 하니 트레킹 하기 아주 훌륭한 컨디션이 되었다.


흐린 날씨로 가을 초입임에도 제법 습도가 느껴지는 날씨였다. 습도 때문에 제법 땀은 나지만 오히려 흙냄새와 풀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와서 호흡하기 아주 좋았다. 그렇게 멍하니 걸어 나갔다. 신발을 바라보며 걸었다.

내가 내딛는 이 발걸음에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들리는 소리는 엉켜진 모래 알갱이가 내 체중에 씹혀지는 소리뿐이었다.


이내 떨어져 말라진 나뭇잎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죽어진 것들은 땅으로 썩어지거나 또는 태워져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라는 것은 어쩌면 죽음의 산물. 생과 사라는 것은 결국 공존, 하나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닐까? 내가 들이켜 마시는 이 공기 속에도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의 체취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죽음이 남기고 간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가는 건 매일 반복되고, 죽어가는 것도 매일 반복된다.


목표 지점까지 도달 후, 가볍게 원점으로 다시 돌아와

트레킹을 마쳤다. 걷는 건 일종의 명상이라고 했던가. 꽤나 괜찮은 행위이다.


[여담]

경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 옆에 앉으신 제법 나이가 있으신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산에 다녀와요? 산 좋아하나 보다. 우리 아들이 유튜브를 산 소개하는데 한번 검색해 봐요.”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해서 보여드리고 구독까지 눌러버렸다. 역시 엄마는 대단하다. 말을 계속 거실까 봐 조금은 걱정했지만, 한편으론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노력이 귀엽고 애틋하게 보였다. 나는 그 아주머니 아들의 구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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