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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초적 Oct 21. 2023

휴일에는 목욕탕을

목욕탕을 좋아하시나요?

나는 휴일이 일정치 않다. 일주일에 평균 한두 번 꼴로 쉬는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요새 나의 휴무 루틴은 조금은 정해져 있다. 나열해 보자면 “목욕탕 가기”, “카페 가기”, “서점가기”, “한적한 곳 가서 멍 때리기”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예전에 컴퓨터 앞에서 일하던 때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하루종일 소통하며, 서비스를 하는 직업군이 나의 성격에는 적지 않은 피로도를 안겨준다. 

그래서 되도록 휴일은 입을 다물고 있는 하루를 만들기! 를 선호하는 편이다. 

휴일에 누군가가 전화를 해오면 내 목소리를 듣곤 자고 일어났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혼잣말도 없기 때문에, 휴일에는 목이 잠겨있는 편이다. 


여기까지는 요새 나의 휴무 루틴이고 이 중에 “목욕탕 가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동네에는 꽤나 오래된 큰 규모의 (동네 사우나 치고) 사우나가 있다. 준비물은 텀블러에 아이스커피, 

책, 볼펜, 낙서장, 이어폰.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한증막에 자리를 잡고 짐을 놓는다. 

그리곤 푹푹 찌는 불가마에 들어가 땀을 쏙 빼고 나온다. 멍을 때리며 눕다. 

땀이 조금은 식으면 챙겨 왔던 책을 읽는다. 그리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유튜브를 본다. 

그렇게 30분 정도의 낮잠을 청한다. 다시 눈을 뜨면 또 한증막으로 들어가 땀을 뺀다.  


나에게는 소소하나 아주 훌륭한 시간들이다. 묵은 땀을 빼고 누워서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그야말로 행복이 따로 없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주말에 있으면 아버지와 아들 이렇게 오는 경우가 많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이 난다. 어릴 적 일요일마다 아버지 따라 목욕탕을 억지로 가던 

시절이 기억난다. 나는 바가지로 물장수 놀이를 한다고 바쁜데, 아버지는 때를 밀려면 몸을 불려야 한다며 

뜨거운 탕에서 나오지 못하게 쓰읍! 으름장을 내곤 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나오라는 말을 하면 쏜살같이 나와서 그 험악한 세기의 아버지의 때타월을 참아 내곤 했다. 

집으로 나서기 전 봉봉 작은 캔을 마시고 그런 아주 휴일 같은 나의 어릴 적 기억들. 

목욕탕에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지금은 혼자 오지만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하며 

아버지가 하염없이 생각나는 한 번씩의 사색. 아무튼 나는 휴일에 목욕탕을 즐기는 사람이다. 

이번주엔 어떤 책을 들고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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