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초적 Oct 25. 2023

바람 쐬러 제주에 왔거든

내가 제주도를 그리워하는 이유

제주 살이를 3년 정도하고 올라온 나는 어느덧 제주라는 곳이 내 마음 안식처이자 고향이 되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풍요로움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틀 연달아 쉬게 된 휴무에

무작정 제주도에 바람을 쐬러 왔다. 고요하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에 살짝 닿으면 이곳이 제주구나 싶다.


무엇을 하려고 내려온 게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떠나고 싶은 이유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추억의 흔적을 느끼고 다시금 회상시킬 수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삶의 태도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제주도는 나에게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실 혼자 여행을 오면 쓸쓸하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이고

그래도 이곳 제주는 그 쓸쓸함도 무엇인가 몹시 외롭지만 고마운 몫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3년 전 제주 살이를 할 때는 무료함에 이런 마음가짐이 없었다. 그저 서울로 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제주에서 올라온 지 어느덧 1년, 서울의 선택지 많은 삶들이 그저 벅차기 바쁠 뿐

서울에서 삶에 치여 화딱지가 나고 마음이 울컥일 때면 그렇게 제주의 바다가 심심한 거리가

몹시도 생각난다.


내게 제주의 의미는 누구보다 남 다르다.

이곳에서 슬픔을 덜어 냈었고, 고비를 넘겼었고, 사랑이란 걸 알았고, 정이란 걸 느꼈다.

또 자연이 주는 풍요와 공허함을 배웠고, 안식이란 태도를 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일에는 목욕탕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