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를 그리워하는 이유
제주 살이를 3년 정도하고 올라온 나는 어느덧 제주라는 곳이 내 마음 안식처이자 고향이 되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풍요로움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틀 연달아 쉬게 된 휴무에
무작정 제주도에 바람을 쐬러 왔다. 고요하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에 살짝 닿으면 이곳이 제주구나 싶다.
무엇을 하려고 내려온 게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떠나고 싶은 이유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추억의 흔적을 느끼고 다시금 회상시킬 수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삶의 태도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제주도는 나에게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실 혼자 여행을 오면 쓸쓸하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이고
그래도 이곳 제주는 그 쓸쓸함도 무엇인가 몹시 외롭지만 고마운 몫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3년 전 제주 살이를 할 때는 무료함에 이런 마음가짐이 없었다. 그저 서울로 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제주에서 올라온 지 어느덧 1년, 서울의 선택지 많은 삶들이 그저 벅차기 바쁠 뿐
서울에서 삶에 치여 화딱지가 나고 마음이 울컥일 때면 그렇게 제주의 바다가 심심한 거리가
몹시도 생각난다.
내게 제주의 의미는 누구보다 남 다르다.
이곳에서 슬픔을 덜어 냈었고, 고비를 넘겼었고, 사랑이란 걸 알았고, 정이란 걸 느꼈다.
또 자연이 주는 풍요와 공허함을 배웠고, 안식이란 태도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