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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초적 Mar 04. 2024

나에게 정온한 것

시골을 그리며

시골의 지긋함을 느끼고 싶어. 집으로 걸어가는 길의 풍경은 너무나 고즈넉해서 낮에는 초록빛에 쏘이고 밤에는 석양의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집의 마당 앞에 앉아 개구리 소리인지 풀벌레 소리인지 가늠이 안 되는 쩌렁거리는 어두운 수풀을 바라보며 밤의 풀 내음을 느끼고 싶어. 세상이 떠들썩하게 시끄러울 때 그 소식은 전혀 닿지 않아서 그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꼼짝없이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머무는 공간은 따뜻한 조도의 조명, 오래 묵혀둔 책들, 산미가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큰 창문, 무심코 두드리기 좋은 노트북, 바스락거리는 이불, 적막이 찾아올 때면 도망치기 쉽도록 서울과 너무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 그리 근사하진 않아도 밤이 되면 부끄러운 부분이 누그러지는 그런 누추한 공간에서의 투박하고 솔직한 안락함을 느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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