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늦은 귀가를 떠올리며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라며 푸념 섞인말로 핑계 삼아 그저 멍 때리고 빈둥거리면서 하루하루살아가는 요즘.
늦은 저녁까지 거실 소파에 누워 졸고 있었다.
그때 중문을 열며 들어오는 엄마.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삼십년지기 친구들과 대천에 다녀 온다며 늦어진 엄마의 귀가시간, 나는 거의 반즘 눈이 감긴 상태에서 엄마를 맞이했다. 대충 인사를 하고 그대로 등지고 눈을 감았지만 이상하게 현관문을 타고 들어오는 엄마의 어떤 고달픔과 슬픔이 나의 의식 속에 깊게 차올라왔다. 사실 엄마는 웃으며 들어왔는데 말이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열심히 잘 살아내고 있네."
물론 엄마는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정말로 소중하고 즐겁게 다녀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를 바라볼 때 그 이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런 걸 사서 고생이라고 한다지.
이따금씩 새벽에 잠에서 깰 때에도 슬픔의 실감이 확 올라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무언가를 상실한 기분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마음에 쥐가 난 것 같이 말이다.
다시 금세 잠들어버리지만 나의 무의식에 공존하는
슬픔이 그렇게 찾아온다.
감정은 스며든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슬픈 감정들을 숨기듯이 말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슬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반하게도 슬픔을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도 차오른다.
사람에게 내 슬픔에 대하여 온전한 이해를 바라는 것.
나 역시 그렇고 그 누구도 온전히 해 줄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헤아려 주는 것이 최대치의 행동일 것이다.
그저 혼자가 편하다라고 되뇌이고 있는 나에게
내 감정을 마음 놓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하다고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