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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an 27. 2020

영혼, 의미, 그리고 일

하마터면 열심히 일할 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는 의미를 느껴야 업무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의미가 없는 곳에서 우리는 단절을 느낀다. 일단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보자. 그리고 의미를 다시 한번 발견해보자. 다른 곳으로 옮겨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좋은 선택 나쁜 선택으로 나눌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 어떤 상황이든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된다. 최선을 다하면 적어도 경험 자산이라는 선물을 무조건 얻게 된다”


이전 직장에서 한때 영혼 없이 일해보기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영혼 없는 첫인사들, 영혼 없는 피드백들, 영혼 없는 회의들. 아 영혼이 싹트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금요일 저녁 퇴근할 때 생기를 잃은 얼굴은 어느새 환희에 가득 차 밖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혼 있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난이도도 높고 야근이 심했지만, 새로운 시도로 가득했던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였습니다. 프로젝트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했습니다. 함께 한 모든 직원들은 정말 영혼을 다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야근은 했지만 이상하게 모두가 즐거워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우리 중 누군가가 우리는 왜 이 프로젝트를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옆에 동료는 대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 전문가들에게 많이 배웠고, 정말 많은 기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열심히 결과물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어.”


순간 의미라는 단어가 깊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업무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열정과 몰입을 다해서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혼이 있다는 건 일이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업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구성원이 이 업무가 얼마나 의미 있다고 여기고 있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트레스 하나를 더 얹는 단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아들러도 “의미”가 어떻게 행동을 이끄는지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현실 그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서 본다. 그리고 그 해석은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고, 세계는 이러이러하다 라는 판단 아래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부여한 의미를 통해서 현실을 경험하며, 이런 수많은 의미 속에서 좋은 대답과 그렇지 않은 대답을 구별할 수 있다. - 아들러 심리학 입문 - 

이렇게 우리는 업무에 대한 의미 부여에 따라서 업무 몰입도가 달라집니다. 특히 내가 하는 것이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있다면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인생을 통해서 만났던 수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그랬습니다. 대표뿐만 아니라 그 비전에 공감한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너무 놀라웠습니다. 더 열심히 한다는 건 야근을 더 많이 하거나 주말에 더 일을 하는 그런 양적인 모습의 변화가 아닙니다. 설사 똑같이 하루에 8시간 일할지라도, 이 회사를 단순히 내가 돈 받는 장소에서 내 인생의 일부를 그리고 내가 살아내고 있다는 장소라고 동료들은 인식합니다. 생산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나에게 절대적으로 이득이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의 일과 연관되어 있는 가치 사슬들을 연결해 보는 겁니다. 사실 내가 회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형태로든 회사는 영향을 받습니다. 거기에 나의 업무는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회사의 다른 일들 동료들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 어딘가에는 이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보일 겁니다. 이것을 먼저 발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는 겁니다. 오래오래 회사에 다니라는 말이 아닙니다. 별로인 회사면 얼른 이직해야죠. 하지만 그전까지 일단 최선을 다해 봅니다. 무조건 야근을 하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야근을 해도 괜찮고, 일찍 퇴근해도 좋습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최선을 다하는 첫 번째 이유는 회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성장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오히려 열심히 안 하고, 불만 가득만 하다가 일하기 싫다고 이리저리 핑계만 되다가 경험조차 못 얻는 건 최악입니다. 우리는 회사와 하루 8시간이라는 계약을 했고,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여기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8시간을 나의 경험 자산을 쌓기 위하여 온전히 사용하는 겁니다. 


경험 자산이 언제 어디서 나에게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하는 일은 엄연히 돈을 받고 하는 일입니다. 나는 프로로써 업무를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나중에 독립을 하던 이직을 해서 전혀 다른 일을 하든 이 프로로써 일을 한 경험은 어떠한 형태로든 역할을 할 겁니다.


회사가 나에게 어떻게 하는가 그건 회사의 몫입니다. 회사가 제대로 못하고 내가 이 회사를 떠나면 최선을 다하는 나라는 직원을 잃은 회사의 전적인 손해입니다. 나는 어떻게든 이득입니다.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죠. 아마 오히려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회사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을 원하는 다른 회사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나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내가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하루… 나에게 주어졌지만 온전히 그것을 내 마음에 상처 감정으로 튕겨낸 일들은 전적으로 나의 손해입니다. 어떠한 일이든 의미가 있습니다. 최소한 나에게 경험이라는 자산을 쌓아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내일 퇴사한다고 해도 오늘 나에게 최선을 다한 경험이라는 선물을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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