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기본을 말하다. (직장인 독서 리뷰 #1)
“난 일하러 왔는데, 왜 너희는 일 빼고 다 중요하다 그러니?”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P.166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 책은 실화다. 작가는 신입 사원, 20대 여성 입장에서 전 직장 2곳에서 겪었던 무례한 상사들과의 에피소드와 그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책을 통해서 대신 이야기했다. 상사들은 작가의 업무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업무 외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정말 많았다. 인사를 잘하는지,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잘 나눠주는지, 회식 때 끝까지 남아서 버티는지, 남자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입는 옷 가격은 얼마인지,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는 관심이 많았다. 정작 부하직원이 무슨 어떤 커리어를 생각하고 있는지, 업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없어 보였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틈만 나면 직장 생활 태도와 예의를 들먹이며 내 모든 말과 행동을 문제 삼기에 급급했다.”P.166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이분들의 기준은 뭔가 잘못되었다. 목적 없는 야근과 회식을 매번 반복하는데, 어느 누구도 이걸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목적 없는 야근에 동참하지 않는 내 태도를 문제 삼았고, 회식 자리에서 상사 비위를 맞추지 못하는 내 뻣뻣함을 문제 삼았다. P.167
이건 법적 기준선인데?
책을 보면서 어라? 이건 성희롱 + 직장 내 괴롭힘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아래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상사분들 있으면 이 글을 본 뒤부터 당장 멈추어야 한다. 여기 책에 나온 행동들 대부분은 법적 기준 선을 넘어선 행동에 해당한다. 징계감이다.
언젠가 나만 신입 사원이고 나만 여자인 회식 자리에 홀로 남겨진 적이 있었다. …(중략) 의자에 앉은 나를 보며 “이 중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 누 군거 같아?”라는 꼴 같지도 않은 질문에 3차 멘붕. P.152
불현듯 첫 사화 생활을 시작할 때 만났던 영업이사가 생각났다. 영업이사랑 둘이 카페에서 고객을 기다리며 미팅 준비를 하고 있던 날, 옆에 앉아 있던 내 손등을 그가 연신 손가락으로 긁어대며 얘기했다.
“김사원, 영업사원은 말이야. 이런 스킨십이 아무렇지도 않아야 해. 그래야 영업을 잘할 수 있어.”P.125
“오빠가 말이야”P.177
김 사원 생각보다 말랐네. 구두도 새로 산건가? 예쁘다. P.157
우리는 다른 무엇이기 전에 직장인이다.
위 에피소드들은 모두 HR에서 사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써먹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는 여성/남성, 나이, 지역 출신 이전에 엄연한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역할과 책임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자꾸 이쁜지 잘생겼는지, 키가 큰지, 말랐는지 뚱뚱한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정치색이 어떤지 , 종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다 선을 넘는 관심들이다. 이 선을 넘는 순간 무례한 상사가 되고 동료가 된다.
당신은 어떤 상사인가요?
김신영 작가는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을 통해서 이 시대 상사들에게 "당신은 어떤 상사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작가는 무례한 상사들을 향해 당신이 얼마나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야기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상사들은 자기 행동이 사람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고, 업무에 방해가 되는지 알까? 문득 나는 내 부하직원들에게 어떤 상사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혹시 나도 선을 넘었는지? 쥐꼬리만 한 권력에 취해서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면서 저절로 반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