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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May 24. 2020

직장 생활 월급 루팡만이 '답' 일까요?

회사생활, 내가 쌓아 나가고 있는 자산과 부채도 있다.

 일을 열심히 해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이번 달 급여는 똑같은데
꼭 열심히 일을 해야 할까?’


업무를 하다 문득 든 생각이다. 가끔 일이 정말 안될 때가 있다. 하루에 업무 집중 시간이 2시간 남짓 되고, 해야만 하는 업무들이 계속해서 내일로 또 그다음 날로 미뤄진다. 지난달보다 더 적게 일했지만, 이번 달 급여는 지난달과 동일했다. 이득을 본 느낌이었다. 일을 적게 하고 똑같은 급여를 받았으니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 회사에서 유명한 월급 루팡들이 잔뜩 있는 한 부서가 떠올랐다. 내가 파악하기로 그들의 평균 업무시간은 많으면 4시간이다. 어쩔 때는 하루에 2시간 정도 업무 하고, 하루 종일 딴짓을 하는 걸 목격했다. 부서 자체가 업무량이 많지 않고, 부서장이 시간이 많이 들고 노력이 필요한 업무들은 교묘하게 다른 부서로 잘 넘기곤 했다. 대부분 동료들은 그 부서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회사 경영진은 업무량이 많은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 부서장이 하고 있는 업무량을 부풀려서 경영진들에게 잘 보고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렇게 최소한의 일만 하고 최대한의 급여를 받는 직원들이 무조건 이득이다. 다른 부서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경영진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무조건 손해인 걸까? 아니다. 회사 생활은 그렇게 손해-이득으로만 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순 손익이 아닌 자산과 부채라는 관점에서 회사생활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나만의 자산과 부채 말이다.  

자산, 부채는 회계 용어다. 자산이란 미래 어느 시점에 나에게 효익을 주는 것, 그리고 나에게 권리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미래에 지출 의무가 발생하는 게 바로 부채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갚아야 할 빚을 말한다.


회사 생활에서도 자산-부채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위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당장의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동료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즉 동료들 사이에서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평판이 쌓인다. 이는 나도 모르게 쌓이는 자산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게으른 직원이라는 이미지가 쌓인다. 나에게 누적되는 부채다. 이게 언제 어떻게 작용할지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직장 생활에 장애물이 되거나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자산과 부채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동료, 부하직원들의 평판, 경험, 역량, 신뢰, 유대,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거나 내가 했었던 프로젝트 이력들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출 성과 등과 같이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나를 중심으로 자산과 부채는 쌓여 나간다.

회사 생활에서 자산 : 유대감, 신뢰, 긍정적인 이미지, 경험, 역량, 성과 등
회사 생활에서 부채 : 부정적인 이미지, 불신, 회피, 미숙함, 역량 부족 등


신뢰가 곧 자산

나의 경우 동료들과 쌓은 신뢰가 직장 생활에 자산 역할을 했다. 이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부하 직원이 있었다. 그 당시 열정이 많이 있을 때라 직원이 담당하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곤 했다. 어떤 프로젝트는 나도 흥미로워서 내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야근을 하면서까지 업무를 지원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부하직원과 나 사이에는 끈끈한 신뢰 관계가 형성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부하 직원은 VC 투자사(Venture Capital)의 심사역으로 이직했고, 나는 기술 스타트업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투자사의 심사역과 외부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심사역으로 다시 만난 부하직원은 우리 회사가 투자를 받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기 소속 투자사가 투자를 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 회사를 다른 투자사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아마 그 부하 직원과 신뢰를 쌓지 못했다면 투자유치는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일단 내 연락 자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VC 투자 업계는 좁기 때문에 금방 소문이 난다. 그 부하직원이었던 심사역도 우리 회사가 투자 유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고, 나와의 관계 여부에 따라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면 얻는 경험이라는 자산


회사 생활에서 쌓이는 자산 중에 '경험'이 있다. 개발자로서 최근에 나온 기술을 직접 적용해보고 온갖 시행착오들을 겪은 건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경영 부서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겪어보고 희로애락을 함께 한 경험도 무시하지 못할 나만의 자산이다. 내가 회사 생활을 게으르게 한다면 연차는 쌓여가는데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적을 것이다. 이것은 부채로 이어진다. 당장 회사를 편하게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하는 나는 언젠가 도태될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경험은 지금 회사뿐만 아니라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할 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렇게 자산과 부채는 설사 내가 회사를 떠나도 계속해서 나에게 도움을 주기도 대가를 치르게도 한다. 오히려 급여와 같이 지금 당장의 이익은 회사를 떠나면 사라지게 된다.


파괴적인 행동은 최악의 부채


툭하면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상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이 회사는 도대체 이 상사 안 자르고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그 상사에게 성과가 높다고 우수 직원 표창을 주기도 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상사는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견디다 못한 이 상사의 부하 직원들이 HR에 폭력적인 행동 내용을 알렸고,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인사이동을 시켰다. 결국 그 상사는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상사의 파과적인 행동이라는 부채가 계속 쌓였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본인에게 악영향을 주었다. 


자산과 부채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작동하곤 한다. 자산과 부채는 당장 눈에 띄지 않아서, 스스로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가치까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월급 루팡이 부러울 수 있겠지만 결국 업무 경험과 내가 쌓은 평판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점점 쌓여나간다. 반대로 나의 부정적인 행동들도 부채라는 이름으로 쌓여나간다. 이들 모두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하루를 보낸 뒤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오늘 자산과 부채 무엇을 더 쌓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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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작가 저서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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