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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un 02. 2020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딱 2년만 다니고 사회적 기업으로 돌아가야지 ‘     

2년간 고군분투했던 사회적 기업을 퇴사할 때 들었던 생각이다. 내가 다닌 사회적 기업은 가치적인 면에서 훌륭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낮았다. 사업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매출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매출도 없고, 지원금을 받을 길도 열리지 않아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2년을 버텼다. 나는 사업 개발에 대한 능력을 기르고 싶었다. 그래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이직했다.


나에게 있어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는 인생의 키워드다. 학부 시절 Social Impact, Social value에 영감을 받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부를 위해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 나에게는 Impact business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사회적 기업, 비영리기관에서의 일만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퇴사 후 영리 영역에서 잠시 사업에 대해서 배우고 2년 후 사회적 기업으로 복귀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짐했다.


'언젠가 멋진 사회적 기업으로 다시 돌아가서 임팩트를 창출하는 업무를 해야지'


처음 사회적 기업을 벗어나서 스타트업에서 투자가 어떻고 매출을 어떻게 하는지만 고민을 할 때마다 생각했다. ’역시 이런 세속(?)적인 걸 추구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가치도 같이 창출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게 더 의미 있을 텐데...‘ 'Why가 약하잖아... 이러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일의 의미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했다.


일의 의미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나온 결과를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할 때 발생한다. 어떤 일을 좋아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의미 있다고 생각했을 때, 영향력이 있을 때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회사 단체 챗이 반응했다.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회사 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퇴사하는 직원으로부터 메시지 한 개가 도착했다. 인사 총괄을 하는 업무를 하면서 신경이 쓰여서 면담도 자주 하고, 했던 동료 직원이 떠나면서 메시지를 주었다. 사실 퇴사하거나 내가 우연찮게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때 받는 의례적인 인사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이런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긴 한데...' 


그냥 일반 회사 일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사회적 기업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를 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건 몇 년 뒤에 나 나에게 벌어질 미래의 불확실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내가 여기 회사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느끼고, 먼 훗날에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사회적 기업은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게 과연 맞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내가 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 의미가 없다면 여기 직원들을 도와주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하는 메시지들은 무엇일까? 


내가 발견한 건 사회적 기업에서 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에 기여하는 일, 취약계층의 자원을 연계하는 일 등 정말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일들 그런 거창하고 분명한 것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 사회적 기업으로 옮기든 아니면 여기에 남든 순간 순간의 과정을 겪고 있는 일들의 의미를 무시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현재 내 위치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의미 있다.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업무는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들이다.예를 들어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중 하나인 인사 업무는 어떻게 보면 잡다하고 반복 노동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동료를 채용하고, 평가를 설계하고 그리고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서 직원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졌다. 내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나는 이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영향력 등을 행사하고 있었다.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동료와도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관계가 달라지곤 했다.


기부할 수 있다. 내가 현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받는 급여의 일부를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는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 가치 있다. 이러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더 의미가 있어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내가 일반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내 경험이 사회적 기업과 영리 기업을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서 제공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비영리 기업에서 인력이 부족해서 한 일을 내가 봉사라는 형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회계, 법률, 개발 등 내가 갈고 닦은 재능과 경험이 비영리 기관에서 필요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회사에는 내가 깨닫지 못한 소소한 의미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냥 아침에 밝게 인사하면 주변에 긍정 에너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고, 힘든 상황에 있는 동료를 위로하거나 좋은 일이 있는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이 공동체에서 나는 기여하고 있다. 여기도 작은 사회이고 내가 하는 일들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침이 분명하다.

 

꼭 좋은 회사, 아니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미들은 항상 거기 있었다. 그냥 무지해서 게을러서 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작은 것도 괜찮다. 소소한 것도 괜찮다. 누구나 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본인만 원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 아니어도, 임팩트 비즈니스가 아니어도 당신은 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이후 사회적 기업이 아닌 기술 스타트업으로 다시 이직했다. 사회적 기업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지금은 돌아간다는 생각보다 현재 나의 영역에서 나의 위치에서 어떻게 하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굳이 사회적 기업에 속해 있지 않아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상이 이미 열려 있었고, 나는 그 기회들을 통해서 글을 쓰고, 사이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살고 있다. 이게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길은 현재 방식이 제일 적합해 보인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임팩트를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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