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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Sep 08. 2020

표면아래의 세계

기술자의 세계

지금 껏 내가 아는 세계는 모든 것이 매끄럽고 소음 없는 세계였다.

적어도 토끼를 따라 굴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목수가 되기로 했다. 더 이상 머리 싸매고 골머리 앓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아는 누나가 경주에서 에어비엔비 사업을 한다고 했다. 오래된 집을 수선해야 하는데 와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일말이 망설임 없이 그 길로 경주로 이사했다.


   집을 짓는 일은 무척 고되었다. 먼지와 톱밥을 뒤집어 쓴채,  추운 날은 손이 부르트고 더운날엔 흠뻑 땀에 젖었다. 그동안 집은 사는 곳인 줄 만 알았는데, 지어지는 곳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공사판과 집은 마감재 한장을 사이에 두고 평행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두 공간은 만나지 않고, 만나서도 안되었다. 


  이 세계에서 생산과 소비는 명백히 단절되어야만 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할 물건의 이면을 알지 못한다.  무언가가가 둘의 고리, 어느 지점을 끊어 놓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 내부를 들여다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계 바늘을 움직이는 것은 표면 아래의 부산함이었다. 시계 내부를 여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시계가 아니게 된다. 


  상품 사회는 도처에서 이러한 역설은 품고 있다. 그러나 찢어진 벽지 사이로 드러나는 균열은 소비자가 생산자의 영역으로 발 딛을 공간을 마련한다. 


나는 기술자가 되기로 했다. 앞으로의 세계는 홈 패이고 시끄러운 세계가 될 것이다. 

적어도 토끼를 따라 굴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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