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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Aug 09. 2023

#000_포스트 휴먼은 위한 애도

서문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고대의 철학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 이전부터 이어진 공통 관심사였다. 신화, 전설, 민담 등의 오래된 옛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해 묻는다. 


인간은 1)신체와 정신을 가진 생명체로, 2)이성적인 존재로, 3)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로 이해되었다. 특히 이러한 기준은 이상적인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짐승을 구분한다. 인간人間은 자유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가졌기에 존엄한 존재였다. 


근대기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다른 접근을 만들어낸다. 이제 세계는 물질적物質的이고 수량적數量的인 것으로 파악되기 시작한다. 관념론의 철폐가 강제되고 유물론이 왕좌에 오른다. 물질이 정신을 집어 삼켰다. 


그러나 현대의 세계는 물질을 벗어나 디지털화된 정보로 탈화(脫化)되기 시작한다. 정보는 텅빈 내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는 맥락Context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보는 여기 떼어다 저기 붙일 수 있다. 정보의 이러한 경향을 따라 세계는 분절된 기계로 작동한다. 


이로써 이질 적인 것이라 여겨졌던 것들의 동화同化가 가능해졌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것이며 저것인 존재, 인간도 기계도 아닌, 인간이며 기계인 유사인종posthomo sapiens이 도래하고 있다. 


한편 수량화에 대한 집착은 만물을 계산대 위에 올렸다. 수량과 계산은 지배의 도구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지배는 저항 없는 통제를 실현한다. 정밀한 계산을 통해 자연을 모방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통제가 실현된 세계. 이는 무위無爲의 세계인가? 아니면 매트릭스의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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