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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Aug 12. 2023

#006_'초'인간 서사 _ 길가메쉬 이야기(1)

영생에 대한 염원 그리고 불로의 가능성

 길가메시는 수메르 지역에서 번영하였던 우르크(Uruk, 성서의 에렉Erekh)1왕조의 전설적인 왕으로 알려졌다. 현재 길가메쉬에 대한 역사 기록은 남아있는 게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구전승(口傳承)된 서사시(Epic of Gilgamesh)의 형태로 확인 할 수 있다.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2100년 경, 우르크 제3왕조의 궁정 시인들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길가메쉬에 대한 이야기는 수메르어로 기록된 최초의 석판본 발견 이후 여러 유사본들에서도 살펴 볼 수 있는데, 오늘날 표준 판이라고 알려진 것은 기원전 1300-1000년 경 신레케운니니(Sin-leqe-unnini)라는 시인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이후 제작된 판본의 대부분은 복사본으로, 기원전 600년 경, 니느웨의 아슈르바니팔(Ashurbanipal) 도서관에 소장되었다. 

  길가메쉬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두려울 것 없이 승승장구 하는 시기와 이후 한 사건을 기점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영생을 갈구하는 시기로 구분된다. 다음은 길가메쉬 서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서사의 흐름을 따라 내용의 지점들을 구분한 것이다. 



길가메쉬와 엔키두(Enkidu)의 만남

  서사시에 기록된 길가메쉬에 대한 최초의 묘사로, 그는 “모든 것을 다 본 사람” ,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 그의 3분의 2는 신이고 3분의 1은 인간인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존재로 그려진다. 길가메쉬는 지식과 힘을 골고루 갖췄지만 백성들에게 덕을 사진 못했다.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길가메쉬의 열성적인 통치에 백성들을 압제를 견디지 못하고 그들의 창조신 아루루(Aruru)에게 길가메쉬를 감당할 수 있는 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아루루, 당신께서 (길가메쉬)를 창조하셨으니 

이제 그와 똑같은 자를 또 만드시오. 

그와 똑같은 강철 심장을 가진 자를. 

그들을 서로 대항하게 하시오. 

그래서 우루크가 평화를 가지도록!


  창조신 아루루는 그들의 기도에 응답해 진흙을 떼어 대초원에 던지고 ‘엔키두(Enkidu)’를 창조한다. 엔키두는 온몸은 털로 덮였고, 사람과 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엔키두는 산양과 함께 풀을 먹고 들짐승과 물을 좋아했다. 또한 엔키두는 길가메쉬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 그자체였다. 엔키두는 짐승들을 사냥꾼에게서 보호하려 훼방을  놓았다. 사냥꾼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엔키두가 두려워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가 없었다. 이에 사냥꾼들은 길가메쉬에게 엔키두를 유혹할 창녀(혹은 여사제)를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길가메쉬는 흔쾌히 승낙했고, 예상대로 엔키두는 아름다운 창녀(여사제)에 마음을 뺏겨 6일 낮 7일 밤 동안 창녀(여사제)와 향락에 빠진다. 7일째 밤이 지나고 엔키두는 흡족한 마음으로 짐승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짐승들은 그를 피해 달아났고, 엔키두는 짐승들을 뒤쫓았으나 그는 예전과 달리 힘과 민첩함이 사라진 것을 느낀다. 좌절한 엔키두 앞에 창녀(여사제)가 다시 나타나 우룩으로 함께 가자고 청한다.

  엔키두와 길가메쉬는 우룩에서 처음 만나, 힘겨루기를 한다. 싸움의 승자는 엔키두였고 좌절한 길가메쉬가 주저앉아 돌아서자 엔키두는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도 당할 자 없는 당신 어머니가

당신을 낳았습니다. 

우리의 거친 황소

닌순나(Nisuna)가 

당신의 머리는 다른 사람들 위에 높이 올려지고

사람들을 다스리는 왕권을 

엔릴(Enlil)은 당신에게 주었습니다!” 


승승장구(乘勝長驅)의 시기

  엔키두의 호방함은 길가메쉬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후 그들의 관계는 영원한 우정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로써 길가메쉬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진정한 친구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둘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연이 자신의 힘의 원천이었던 엔키두는 문명안에서의 생활에 지쳐갔고 점점 더 쇠약해져갔다. 어느날 축 늘어진 엔키두를 보고 길가메쉬는 그에게 서쪽 삼나무 숲에 살고 있는 후와와(Huwawa)라는 괴물을 잡으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엔키두는 초원에서 살면서 후와와의 강력하고 압도적인 힘을 직접 눈으로 목격 한적이 있었다. 엔키두는 길가메쉬에게 후와와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며 모험을 말렸다. 


후와와, 그의 울부짖음은 폭풍우이며, 

그의 입은 불길이고, 

그의 숨결은 죽음입니다. 

누가 이러한 일을

하고자 하겠습니까? 

후와와의 발걸음은

저항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하지만 길가메쉬는 듣지 않았다. 길가메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엔키두는 어쩔수 없이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후와와와 그들의 대결 장면에 대해 기록한 판본은 훼손되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기록된 것은 격렬한 싸움 끝에 신 샤마슈(Shamash)의 도움을 받아 후와와를 물리쳤고, 후와와는 목숨을 구걸했으나 엔키두가 후와와를 죽여야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부추겨 후와와의 목을 내려쳤다는 내용이다. 

  후와와를 죽이고 우루크로 돌아와 목욕을 마친 길가메쉬를 본 여신 이슈타르(Ishtar)는 길가메쉬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슈타르는 만약 자신과 결혼하게 된다면 모든 왕들이 그 앞에 무릎꿇게 될 것이며 우루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 말하며 길가메쉬를 유혹한다. 하지만 길가메쉬는 이슈타르와 사랑에 빠졌던 모든 존재들이 그녀로 하여금 재앙을 받게 되었다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녀를 욕보인다. 이에 분노한 이슈타르는 자신의 아버지인 아누(Annu)에게 달려가 길가메쉬를 죽일 수 있도록 ‘천상의 황소(Bull of Heaven)’ 을 내어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아누는 천상의 황소가 지상에 내려간다면 7년간 우르크에 기근(饑饉)이 생길 것이라 말하며 이슈타르를 타박한다.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이슈타르는 만일 자신의 요청을 들어 주지 않는다면 저승문을 부수고 죽은 자를 살려내어 산 자들을 잡아먹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또 만약 그녀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기근을 버틸 식량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한다. 아누는 결국 이슈타르의 뜻에 굴복해 황소를 내어준다. 

  이슈타르는 천상의 황소를 데리고 우룩으로 향한다. 천상의 황소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콧김으로 땅을 꺼뜨려 사람과 가축들을 죽였다. 하지만 짐승을 다루는 데 능한 엔키두가 황소의 목에 칼을 꽂아 넣어 죽이는데 성공한다. 황소에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이슈타르는 길가메쉬를 저주한다. 이를 본 엔키두는 이슈타르를 조롱하고는 우르크로 금의환향한다. 사람들의 칭송 속에서 길가메쉬와 엔키드의 명성은 최정점을 이룬다. 그들 앞에는 괴물도 신도 재앙도 어떤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에 취해 곧 자신들 앞에 닥칠 비극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 

  엔키두와 길가메쉬가 후와와와 천상의 황소를 죽인 것에 신들은 격노한다. 신들은 길가메쉬와 엔키두 모두를 죽이려 했지만, 태양신의 중재로 길가메쉬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엔키두는 신들의 저주를 받아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게 된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길가메쉬는 상실감과 공포로 방황하게 된다. 


모든 모험을 나와 함께 겪어낸 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엔키두, 

모든 모험을 나와 함께 겪어낸 그를 

인간의 운명이 덮쳤다. 

낮이나 밤이나 나는 그를 위해 울었고, 

그를 결코 땅에 묻으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의 친구가 나의 (커다란) 통곡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7일 밤낮 동안, 

그의 코에서 구더기가 떨어질 때까지. 

그가 떠난 이후 나는 결코 위안을 찾을 수 없기에, 

사냥꾼처럼 들판을 배회하고 있다. 


영생을 비밀을 찾기 위한 여정

  처음으로 죽음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마주한 길가메쉬는 언젠가 자신 역시 죽어야 할 것이라는 사실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그는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이 영생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영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그는 햇빛이 들지 않는 긴 산맥의 터널을 지나 보석과 과일이 가득한 정원에 이른다. 하지만 어떤 것도 그를 기쁘게 해주진 못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주변을 배회하다 해안가에 위치한 주막을 발견한다. 주막의 여주인은 더러운 행색의 길가메쉬를 보고 처음에는 산적으로 착각해 그를 피한다. 하지만 이내 오해를 풀고 그녀에게서 우트나피쉬팀에게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우여곡절 끝에 우트나피쉬팀을 만난 길가메쉬는 그에게 영생의 비밀을 물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우트나피쉬팀은 과거에 있었던 대홍수 이야기를 해주며 방주에 모든 짐승들 한 쌍 씩 실어 생명을 구한 댓가로 신들에게 영생을 부여받게 되었다고 말해준다. 그렇기에 영생을 얻을 사람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끈질기게 매달렸다. 우트나피쉬팀은 길가메쉬에게 인간에게 죽음이란 잠과 같이 필요한 것이라 말하며, 그에게 6일 낮 7일 밤을 지새워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랜 여정으로 피로해진 길가메쉬는 실망감에 통제력을 잃고는 잠에 빠져들게 된다. 

  잠에 빠져든 길가메쉬를 보며 동정을 느낀 우트나피쉬팀의 아내는 우트나피쉬팀에게 그에게 도움을 주라고 간청한다. 우트나피쉬팀은 곰곰히 생각한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고는 7일째 되는 날 길가메쉬를 깨운다. 길가메쉬는 잠깐 잠든 것으로 착각했지만, 자신이 오래 잠들어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는 다가오는 시간의 죽음 공포로 부터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두려움에 빠진다. 길가메쉬는 우트나피쉬팀을 붙잡고 간절하게 부탁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합니까, 우트나피쉬팀이여, 나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내 뒤를 쫓아오는 자, 

그 탐욕스런 자, 

죽음, 그가 내 침실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어디를 돌아보아도, 

그 곳에 죽음, 그가 있습니다! 


영생에의 좌절과 체념 그리고 새로운 길

  이에 우트나피쉬팀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그를 씻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깨끗한 옷을 사주고는 그에게 귀향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가메쉬를 위해 우트나피쉬팀의 아내는 다시한번 간청한다. 결국, 청을 이기지 못한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은 불가능하지만 불로(不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물 압수(Apsu)에서 자라는 가시가 많은 식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식물의 이름은 “노인이 젊은이가 되듯이(The Old Man Becomes a Young Man)”였다. 드디어 비밀을 알아낸 길가메쉬는 서둘러 압수로 향한다. 길가메쉬는 우여곡절 끝에 불로초를 얻게 되지만, 그가 방심한 사이 뱀이 불로초를 낚아채 먹어버린다. 불로의 기회마저 상실한 길가메쉬는 체념하듯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살아있는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났고,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자랑할 수 없기에,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견뎌내자,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자. 

 우리의 볼일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순례자와 같이 우리는 정해진 곳을 향해 간다. 

세상은 하나의 여인숙이며 죽음은 여행의 끝이다. 


  서사시의 마지막은 다시 처음 부분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길가메쉬가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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