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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Aug 14. 2023

#014_사이버네틱스

포스트 휴먼의 배경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4.2.1 사이버네틱스의 배경과 정의


  노버트 위너는 전자 공학과 정보 공학 및 제어 공학의 기틀을 마련한 미국의 수학자다. 그는 시스템 제어 이론과 잡음 이론을 중심으로 물리학, 화학, 기상학, 생물학과 같은 분야의 구체적인 연구 방법을 창안하고 정리하였으며 이를 철학적인 논의로 확장한 성과를 보였다. 그는 전기 회로를 통해 자동 조절 대공포 연구에 참여한 일이 계기가 되어, 사이버네틱스 아이디어를 처음을 선보였다. 사이버네틱스는 기계 제어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연구에도 적용되어,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었다. 특히 위너의 확률과 관련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물리학에 통계학을 처음으로 접목한 미국의 물리학자 기브스의 영향에서 비롯된다. 위너는 기브를 뉴턴의 합리적이고 정합적인 물리적 세계관에 확률이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현대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평가한다.


 한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연구의 진행 방향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나뉠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위너는 어떤 환경에서도 조준 타격이 가능한 대공포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였는데, 외부 변수로 인한 오차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피드백(되먹임)개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었다. 외부 온도에 의해 포구의 윤활유가 얼거나 내,외부 충격으로 인한 위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즉, 대공포의 작동 안정성을 증가시켜 성공적인 타격을 가능케 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최초의 사이버네틱스의 발단이었다. 


  위너의 연구는 종전 이후에도 계속된다. 특히 그의 연구는 메시지 이론을 중심으로 진척되었는데, 그의 메시지 이론은 언어에 한정되지 않고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되는 확률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용어의 필요가 대두되었는데, ‘키잡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퀴베르네테스Kubernētēs”에서 유래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위너는 사이버네틱스를 ‘커뮤니케이션’과 ‘제어’의 개념으로 설명하며 자신의 메시지 이론을 구체화 시킨다. \


  하지만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단순히 기계적 커뮤니케이션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는 물리학, 수학, 사회 과학 등 전반을 아울러 자신의 이론을 적용시킨다. 실제로 사이버네틱스는 과학, 공학, 철학, 사회학, 수학, 경제학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4.2.2 사이버네틱스의 주요 개념


“신은 속내를 알기는 힘들지만 비열하지는 않다.” - 알버트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


  위너는 자신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무질서에서 질서를 발견해내려는 과학적 경향을 통해 대변한다. 특히 그의 이러한 생각은 아이슈타인이 “신은 속내를 알기는 힘들지만 비열하지 않다.”라고 말한 것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자연의 무질서한 경향을 관통하는 질서, 혹은 패턴을 발견해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자연이 이러한 질서의 발견을 의도적으로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위너의 이러한 참조점은 그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단순히 기계적 커뮤니케이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이버네틱스를 관통하고 있는 몇가지 주요 개념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엔트로피와 확률, 고정성과 학습, 정보로 나누어서 살펴볼 예정이다. 간략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위너는 뉴턴의 고정적이고 확정적인 물리적 세계관에서 기브스의 통계적이고 확률적인 물리적 세계관으로 이행이 가져온 변화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엔트로피는 이러한 무질서하고 확률적인 세계에 대한 설명이다. 한편 이와 함께, 생명에 대한 정의를 덧붙인다. 그는 생명은 “엔트로피의 흐름을 거스르는 국지적 흐름” 혹은 경향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즉, 생명은 자연의 무질서한 경향을 거슬러 일시적으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보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 유기체에게서 보여지는 특징으로 고정성과 학습이 있다. 고정성은 일종의 패턴의 형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생명 유기체는 행동의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패턴이 형성을 고정성이라 부른다. 하지만 생명은 열린계 안에서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학습이란 과거의 경험 패턴과 외부의 자극이 서로 교섭하는 와중 이루어지는 것인 셈이다. 그의 이러한 독특한 이해는 생명 유기체의 탈 물질화를 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이 곧 생명 유기체의 물질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명 유기체를 정보로서 표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의 메시지 이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자연계의 물질작용 역시 정보의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너만의 독특한 지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엔트로피와 확률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고정된 계 내에서 질서화된 에너지의 흐름이 무질서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변화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연은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이행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너는 엔트로피의 우주가 오늘날 핵심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 배경을 뉴턴의 확정적이고 고정적인 물리적 세계관에 균열이 생기고 양자의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매우 불확정적이고 확률적인 세계에 대한 새로운 물리학이 등장함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러한 엔트로피에서 유의미한 에너지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학자의 의무이자 인류, 나아가 생명 유기체가 지향하는 바임을 주장한다. 


  엔트로피 경향은 고정된 계 내에서는 절대적인 법칙으로 작용하지만, 열린계, 다시말해 여럿의 계들이 에너지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는 엔트로피가 국지적으로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엔트로피의 역전 현상은 생명 유기체를 여타 물질과 구분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쉽게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광합성과 같이 식물이 태양빛을 이용해 물과 공기중 이산화탄소로부터 녹말과 기타 화합물들을 만들어내듯이 생명은 외부의 에너지를 유의미한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이러한 반 엔트로피적 흐름을 이루는 생명 경향에서 유의미한 정보의 발견이라는 아이디어를 건져낸다. 이는 복잡하고 무질서한 자연에게서 유의미한 신호를 포착해내는 것인데, 그의 설명은 마치 전장 상황에서 아군에게 전보를 보내는 상황에서 적군의 소음 공작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신호들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는 일이란,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음, 엔트로피적 경향이 발생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작업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자연은 적극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으며 다만 무질서한 것일 뿐이라 말하며 그는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질서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데 있어 태도를 지적한다. 


  한편, 위너는 이러한 반 엔트로피적인 생명 유기체의 작동 방식은 기계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는 이러한 기계가 생명체처럼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동기관과 감각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감각기관을 가진 기계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닫혀 있으며 내부의 원칙만을 지키는 자동화 기계와는 차별된 지점을 갖는다. 이러한 기계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통해 기계 내부의 패턴 형성을 새롭게 구축하도록 하는데, 만일 이러한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생명 유기체와 매우 흡사한 기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이러한 그의 아이디어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착안한 점이 많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개체는 여러 방향으로 발전하는 자발적인 경향을 갖으며 동시에 선조의 패턴을 따라 진화한다. 이러한 두가지 큰 원칙에 따라 생명체는 진화하며 그 결과 특정한 패턴 혹은 흔적을 남기는데, 위너는 이러한 흔적을 조사하면 잔여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개체의 보편적인 목적성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위너는 개체가 보편적 목적성을 가지고 진화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론적으로 개체의 진화가 그려낸 패턴이 있으며, 이는 “목적없이 만들어진 계 안에서 목적성이 나타난다.” 라고 한 부분에서 이해의 지점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개체 발생에 대한 위너의 이해는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프랑스의 기술 철학자인 시몽동은 개체의 발생과 관련해서 위너의 사이버네틱스와 구분된 이해를 갖고 있다. 시몽동은 개체의 발생의 원리를 개체화라는 개념을 통해 전달하는데, 그의 이해 역시 열역학 법칙에 준거하여 설명된다. 이는 개체화는 퍼텐셜 에너지의 상전이를 통해 달성되며, 이러한 과정 중에서 준 안정계 내에 발생하는 안정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준안정계란 상호양립불가한 상태의 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안정된 상태로, 위너가 말하는 엔트로피의 형성과 붕괴가 아닌, 특정한 흐름의 형성을 언급하고 있다. 


  시몽동을 언급한 이유는 위너의 불충분한 설명에 대한 보완이지, 위너의 아이디어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위너는 개체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엔트로피 내에서 형성된 정보의 주고 받음에 더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시몽동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고정성과 학습


  고정성의 개념은 앞서 언급한 패턴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 이는 시몽동의 개체화 과정과 연관이 깊은데, 이를 설명하자면, 개체는 포텐셜 에너지, 즉 엔트로피 내의 에너지 흐름의 잠재적 질서 경향에 따라 형성된 질서 즉 패턴의 형성을 의미한다. 이는 생명 유기체의 형성이 바로 이러한 고정성, 패턴의 형성에 기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생명의 유기체적 구조, 즉 물질적 구성에 따라 패턴이 형성되며, 이러한 고정성의 형성은 개체의 근본 구조로 자리한다는 이야기이다. 위너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사이버네틱스가 기대고 있는 관점은 기계나 유기체의 구조는 거기에서(개체화 과정) 기대할 수 있는 수행성을 말해주는 지표라는 점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위너는 인간의 정신 작용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정신 작용의 물질적 측면에 주목하였는데, 뇌의 신경 뉴련 조직들간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정신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뉴런의 신경 전달은 스위치를 끄고 켜는 단순작용에 기대어 작동한다. 이는 뉴런의 다발들이 전기 신호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정도의 차이가 아닌 있고 없고의 차이를 통해 작동함을 이야기 한다. 따라서, 위너는 이러한 뇌의 신경 구조를 기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인간의 지적 능력을 그대로 복사해낼 수 있으리라 내다보았다. 


  한편, 학습의 경우는 이러한 물질 구조의 조건을 바탕으로 기억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양적 구조를 전제로 하는데, 인간의 지적 능력은 이러한 정보의 양적 방대함을 담보할 수 있는 뇌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위너는 주장한다. 학습에 경우에는 피드백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앞서 언급했듯, 생명 유기체의 특이 경향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정보를 수용하는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억 장치에 보관하며 기존의 정보 체계와의 교섭을 통해 내부적 시스템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위너의 이러한 학습 모델은 생명 유기체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 기계와 인간, 기계와 기계 사이에서의 학습을 가능케 만든다.


정보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개념은 정보 이론의 형태를 가짐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야기시켰다. 그는 앞선 논의를 통해 물질과 현상은 정보와 정보 집합체들이라는 이해를 이끌어 낸다. 이는 탈 물질화된 정보로써 추상화된 정보는 상이한 개체, 상이한 계 사이의 소통을 이끌어 낸다. 한편 정보가 소통되기 위해서는 물질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는 빛이나 소리와 같은 물질을 경유해 전달된다. 이는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 와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즉, 정보는 미디어인 물질을 통해서 전달되며 물질 자체가 바로 정보를 담고 있는 메시지로 기능한다는 이야기이다.


  위너에 따르면, 정보에는 원천이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발화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후 발화자의 메시지는 부호화 과정을 거쳐 물질을 타고 수신자에게로 전달된다. 이때 정보를 전달한 물질은 다시 재 부호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될 정보에 대한 보완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다시 말해, 정보가 전달될 때 발생하거나 개입되는 정보의 노이즈들 사이에서 최초로 전달된 메시지의 원형을 최대한 복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위너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논의는 2차 대전 당시 전쟁에서 정확한 메시지의 전달이 중요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에 대한 이해는 앞선 엔트로피와 학습 모두를 포괄한다. 즉 엔트로피는 정보의 전달을 방해하는 노이즈 즉, 정보의 무질서함을 드러내며, 이러한 엔트로피에 반하는 특정 과정을 구성하여 기존에 발화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엔트로피와 연결이 있다. 학습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으로써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시지-명령을 잘 전달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받아들여 내부적인 변활를 유발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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