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어서 그랬어
출근길에 카톡이 와 있었다.
내가 쓴 기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내용을 수정하라는 지시였다.
전에도 성관련 기사를 쓰면.. 유독 내 기사만 삭제 요청/ 독자들의 연락(특히 학부모님들)의 연락이 왔는데
다른 매체에서 똑같은 단어를 써도.. 왜 내 기사에만 이런 연락이 오는 건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비뇨의학 + 성의학 관련 내용이라
조심해서 쓴다고 쓰긴 했는데 이것도.. 초등학생이 볼 만큼 수위 조절이 안됐나보다.
결국 성기사 금지령.. 을 내리셨다..
나는 온라인 + 조회수를 맡게 돼서
외근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나마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인터뷰 기사를 위해 나가는 게 낙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성의학'을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의학 관련 기사를 많이 작성했고, 관련 내용이라면 나한테 아이템을 많이 넘기셨다.
성의학 기사에 대해 애정도 생겼고, 점점 성의학 기사가 내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기사를 쓸 때, 공들인 기사나 흥미로운 기사는 내 피와 살 같다.
'나의 일부분' 같다고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성기사 썼는데, 이게 엑스(구 트위터)에서 핫이슈가 돼서.. 뿌듯하기도 했다.
화제성 + 재미 + 의학 정보 다 담은 기사니까.
근데 이 기사도 모 독자 or 포털 관계자에게 연락이 와서
애들이 보는데 이게 무슨 워딩이냐 이런 단어 쓰지 말라고 해서 이 기사도 결국 수정했다.
방향성을 잃었다.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온라인 + 조회수 위주의 기사를 써야 하니
연예인 다이어트 기사보다는 성의학 쪽이 더 재밌었고, 의학적인 내용도 더 들어가서
잘해보자, 살아남아보자 하고 선택한 게 '성의학'기사였는데
성기사 금지령을 당하니? 내 정체성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J-커브 이론을 아는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J-커브라는 용어는 일시적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해 큰 폭의 성장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도 똑같다고 생각이 든다.
J자의 곡선 부분,, 올라갈 듯 안 올라갈 듯 앞이 안 보이는 이 상황만 잘 버티면 쭉 상승하는 건데
내가 지금 이 곡선 코너에 있는 것인지
삶의 방향성이 있어야 존버도 하는 건데, 내 삶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