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고운 내 사랑
네가 누나잖아,
나는 이 말을 사실 안 좋아한다.
맞다. 나는 누나다. 6살 차이나 나는 남동생이 있는 장녀다.
부모님께 나는
바비는 그냥 두면 알아서 할 애
남동생은 금지옥엽,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아기 같은 존재
“바비야, 네가 누나니까 먼저 동생한테 연락 좀 해라.”
“바비야, 네가 누나니까 그냥 좀 참아라.”
“바비야, 너나 누나니까 이런 거 저런 거 좀 알아봐라.”
“바비야, 네가 누나니까 동생한테 시험 공부 할 방법 좀 알려 줘라.”
“엄마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라 너한텐 이렇게 했어, 근데 너를 겪어보네 니 동생한텐 그렇게 하면 안되겠더라”
“엄마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 네가 좀 이해해 줘라”
첫째들 ptsd 오는 소리..
이번 주 금요일
내가 있던 부서가 조회수 + 아이템 관련 압박을 받고
퇴근 5분 전, 00 기사 쓰라는 지시를 받고
휴일에 나가야 할 기사 등 일이 잔뜩 쌓여있고 부담감 가득한 상황에서
동생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도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내 혈육인데, 걱정이 됐다.
동생의 입원과 엄마의 염려
퇴근 후 빨리 동생에게 가보라는 엄마의 당부
하지만, 밀려들어오는 일
극한의 스트레스, 압박감, 내가 장녀니까 라는 무형의 책임감을 받았다.
퇴근 후, 동생을 만나고
동생의 상황을 부모님께 보고 드리고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게 나의 일
다음날에도 동생을 만나고
동생의 안부를 부모님께 보고 드리는 게
나의 일
동생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동생이 퉁명스럽게 대해도
전화를 하는 게 나의 일
이럴 땐
얘는 나한테 뭘 해줬는데?
얘도 다 큰 성인인데
왜 나만? 왜 나한테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혼자 서울에 있을 땐,
한 번도 서울에 올라온다는 말씀을 안 하셨던 부모님이
동생이 입원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서울에 올라오신다며
3가지 조건의 호텔을 잡으라고 3~4일 전에 말씀하셨다.
사실, 나는
이런 호텔을 잡아본 적도, 여행 계획을 짜본 적도 없다.
그리고 덜컥 서울에 올라오신다는 부모님에게 섭섭하기도 했다.
아직 동생의 검진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장염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게 그렇게 올 일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엄마, 아빠랑 서울 올라오시는 건 좋는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덜컥 찾아온다고 하시면 나도 이런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그런 부담감이 든다”
”일단 동생 상태나 검진 결과 나오면 그때 좀 생각해 보자 “
”그리고 연휴 기간이라 호텔 잡기가 힘들다 “
엄마는 섭섭해하셨다.
“네가 정 부담스러우면 엄마 아빠는 안 가는 게 낫겠다”
”그냥 자식들 보러 가는 건데 , 네가 부담감 느끼면 안 가고 싶다 “
”가도 당일에 올라갔다가 당일에 내려가는 게 낫겠다“
”니 할 일 많으면, 니 할 일이나 해라“
”엄마 아빠는 신경 쓰지 말아라“
내가 해명했다.
”아니 엄마.. 그런 게 아니라, 호텔 잡기도 어렵고
어차피 이번 연휴에 우리가 내려가지 않냐“
”그러면 4인이 한 방에 있을 수 있는 호텔은 없으니까
그냥 2명 2명 나눠서 있는 곳 찾겠다“
엄마는 이미 빈정상하신 상태
“됐다, 그냥 네 말 들어보니 밑에 있는 게 낫겠다“
”니는 결국, 이런 말(부담감 느낀다는 말)을 하는 성격이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진짜 신경 쓰지 말아라. 그냥 너 할 일이나 해라”
폭싹 속았수다 보고
엄마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내가 또… ‘아차‘ 싶었다.
그냥,, 딸은 당연하고 아들은 유리구슬 존재 같다는 생각과
솔직히 호텔 막 비교하는 것도 힘들었고
엄마아빠 서울에 오시면 뭘 어떻게 모셔야 할지도 걱정이었다.
하.. 그래도 아빠는 올라오셔서 좋아하셨을 텐데
엄마는 힘들어하면서도 좋아하셨을 텐데
동생이야 뭐 암말 안 하고 있겠지만
하.. 내가 잘 못한 것 같다.
엄마는 바로바로 풀어지는 스타일은 아니셔서
저녁에 연락해야겠다.
이런 내가 이기적인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근데 죄책감이랑 미안한 마음은 든다.
죄송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