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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기자가 이직을 결심하는 순간.

잘하고 싶어서 그랬어

by 김바비

글을 쓰는 직업인데 막상 브런치 글을 쓰려고 하면 어렵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메모장에,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

기사는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다.

정해진 형식과 한정적인 주제.

내 생각보다는 전문가의 의견, 현상, 사례를 담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운 건가 싶다.




오늘의 주제는 '일에 대한 고찰'이다.

지난해, 미치도록 정기자가 되고 싶었다.

인턴 6개월을 끝내고, '함께 일해보자'라는 선배의 말을 들었을 때

"드디어 기자가 됐구나, 그것도 그렇게 되고 싶었던 의학 기자가 됐구나" 생각했다.

부모님에게도 떳떳했다. 부모님은 기자가 되는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으니까.

"기자 어려울 거니까,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라고 하셨다.

"엄마아빠 딸 이제 진짜 기자다"라고 말했을 때 속 시원했다 ㅋㅋ

부모님도 좋아하시면서 '이게 되네?'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ㅎ


당시, 내가 되고 싶었던 의학 기자는 뭐였을까.

나만의 전문성을 쌓고, 질환, 건강에 대한 심도 깊은 기사를 쓰는 기자였을까.

기자 간담회도 가고, 병원으로 취재도 가고,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배정 맡은 부분은 '조회수'를 높이는 부서였다.

연예인, 성기사, 해외 이슈 등을 다뤄야 하는..

최대한 댓글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기사를 쓰면

"00 기자야. 니 이런 기사 쓰라고 부모가 대학 보내준 줄 아냐" "이런 것도 기사라고 정신 차려라" 등의 댓글을 봤다. ㅋㅋ

누군 쓰고 싶어서 쓰는 줄 아나~~~




좀만 버티면, 버티면 부서를 옮길 수 있겠지

내가 조회수도 챙기면서, 취재팀에서 쓰는 기사도 함께 쓰면 나도 부서를 옮길 수 있겠지 바라고 또 바랬다.

각종 질환에 대한 전문 의사를 취재해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는데,

너무 하고 싶어서 팀장님께 취기를 빌려.. "팀장님 저 00 코너 너무 하고 싶습니다!"라고

취중고백 갈긴 적도 있다 ㅋㅋ

선배들이 바빠서 못 가는 남은 자투리 기자간담회가 있으면 눈치 보면서 가고

회사 내 세미나, 강좌도 진행해 보고 꾸역꾸역 지면 기사도 써봤다.

조회수를 높이는 부서라서 할 수 있는 게 제약적이라 아쉬웠다.

"하고 싶으면 뭐든 해봐라"고 하셨지만,

현실적으로 하루 기사 6~7개는 기본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것까지 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 그나마 조회수를 높이는 기사 중 '성의학' 쪽으로 파보려고 했는데

성기사 금지령 당하고 ㅋㅋ 이땐 진짜 팔 한쪽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분명 회사에서 조회수 잘 나온다고.. 쓰라고 했는데 ~~!!~!!!

아오~~ 인생아~~~



기자식 글쓰기 때문에 두괄식으로 쓰는 게 습관이 됐는데...

한마디로 조회수 뽑는 기사 쓰면서 현타가 많이 오고

이번에 신입 들어왔는데, 그 신입기자를 취재팀으로 배치하고

나는 조회수 높이는 부서에 그대로 있는걸 보아하니..

부서 변동은 절대 없겠구나 싶었다 ^^;

조회수 압박도 심하고..

조회수 높이는 부서에 있으면 확실히 기사 빨리 쓰고, 눈에 띄는 아이템 찾는 능력은 up 되지만

가벼운 내용이라 깊이 있는 취재가 어렵다.

연예인 다이어트, 뷰티 관련 기사 많이 쓰다 보니까

어차피 다이어트에 일가견이 있는 나로서 '다이어트 전문'으로 가기로 했다.

다이어트는 아무도 나 못 이긴다. 악으로 깡으로 다이어트해봤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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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향성과 회사에서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이직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악물고 쓰는 기사는,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

다이어트, 헬스케어 관련 브랜드 홍보 쪽으로 이직하고 싶다.

기자로는 오래 남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 기자로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기사를 쓸 거다.

내 커리어의 첫 시작이 '기자'라는 것도 감사하다.

확실히 사람은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면 뭐든 한다.

어떤 콘텐츠든 글에서 시작되는 거니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후회 없이 하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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