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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2주 남은 기자의 하루

잘하고 싶어서 그랬어

by 김바비

"퇴사, 퇴사, 퇴사한다 진짜"

예.. 퇴사 노래 부르던 제가 진짜로 퇴사합니다.

아예 업종을 바꿔서 이직해요.

맨땅에 헤딩,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뷰티 브랜드 마케터로요.

외국인 투자를 받아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제가 초창기 멤버입니다 ㅎㅎ.. 정말 맨땅에 헤딩이죠?

11월, 12월엔 미국에 갈 수도 있답니다. (90%)

왜 이곳으로 이직을 하게 됐는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차차 설명해 드릴게요.



오늘 아침은 월례회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9월 1일 이니까요. 회사에서의 마지막 월례회의.


대표님의 말씀.

"콘텐츠팀의 힘이 떨어졌으니, 다른 부서에서 도와주자"

"조회수만 뽑는 가벼운 기사 말고, 깊고 질 좋은 기사를 써보자"

"그래도 잘하고 있다 파이팅 합시다. 모두들" 등등


10시에는 아이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아이템 6개 정도 발제했는데, 그중 3개 통과


10시 반부터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연예인 다이어트 비법, 연예인 뷰티/피부 관리법, 일반 건강 기사

점심 먹기 전에 기사를 하나 내고


12시, 오늘은 점심을 혼자 먹었습니다.

대부분 동료 기자 3분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한 분은 외근/ 한 분은 아파서 휴가/ 한 분은 다른 기자선배와 식사 약속


퇴사 선언 전까지는... 거의 혼자서 점심을 먹었어서

도시락 까먹었습니다 ㅎ.ㅎ

회사 구내식당도 퇴사하기 전에 많이 먹어둬야 하는데...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게 습관이 돼서


오늘 점심은

고단백 베이글 + 참치/ 아보카도 섞은 거 + 생당근


요즘은 생당근에 빠져서 하루에 한 개씩은 먹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손발 노래지는 건 아닌지 ㅋㅋ

(퇴사 후 당근 먹고 ㄹㅇ 손발 노래지면 제 사례 회사에 제보하려고요)


점심을 먹으면 12시 20분 정도 하는데

요즘 영어공부 열라리 하고 있어서

남은 시간은 영어공부 했습니다.


1) 영어 표현 하나 5번 말하고 + 예시 문장 따라 읽기

2) 링글이라는 앱 사용하는데(광고 아닙니다), AI튜더와 함께 대화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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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사진: 1번 -> 영어 표현 말하기 연습/ 오른쪽 사진: 2번-> 링글 ai튜더


대학교 3학년부터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서 (토익 제외)

요즘 영어 과외 + 영어 스피킹 커뮤니티 + 링글까지

속성으로 영어 배우고 있습니다ㅋㅋ. 재밌어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업무 시작

제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인턴 기자분 기사를 데스킹 하는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두 달간 데스킹 맡은 인턴분이 계시는데, 저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자이시고, 인간적으로 좋아한다는 말)

*참고로... 저는 girl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에겐女들 킬러입니다.


제 말 잘 따라와 주시고, 퇴사한다고 하니까 아쉬워하셨습니다.

뭔가... 이분도 하고자 하는 건 많고 욕심은 많은데 그럴 판/ 업무가 안되니 아쉬워하는 스타일?

그냥 제 과거의 모습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는 분...이십니다.

이 인턴분과도 인천까지 인터뷰 외근도 나가고, 은근 추억이 많았던


팀장님께서 아이템 하나 주시면서 기사 쓰라고 하셔서

오늘은 기사 4개 + 인턴 기자 데스킹 3개 = 총 7건 완료했습니닷.


18:20 업무 완료 후 회사에서 호다닥 저녁을 먹고

저녁: 오트밀 닭가슴살 채소 죽

오트밀 30g에 물 닭가슴살 채소 약간의 참기름 넣고 전자레인지 싹싹바리 돌리면 완성입니다. 쉽죠?

KakaoTalk_20250902_002031537.jpg 이런 느낌이에영,, msg 뺀 닭죽


18:40 이 닦고 정리하고 제 자리에 가만~ 히 앉아 있었습니다.


19:20 요가 수업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하타요가' 게릿

하타요가 = 호흡에 집중하며 한 동작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요가

강사님께서 "자~ 오늘은 하체 근력 키워볼 거예요"라고 말씀하셨고, 거의 3주 만에 하는 요가라..

속된 말로 뒤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뻐근했던 몸이 싸~악 풀렸습니다. ㅋㅋ



요가 수업이 끝난 뒤, 시청역 쪽을 걸어가는데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 서울신문이 보이고 - 동아일보가 보이는 그 길을 지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첫 직장이 뭔지, 그토록 들어오고 싶었던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

아쉽긴 하지만, 나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

이곳에 있으면 같은 업무만 계속 맡을 것이기 때문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일하면서 쏟아부었던 이곳.


비유를 하자면...

정말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있는데(심지어 첫사랑)

서로 윤리적으로 잘못을 해서 헤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뭔가 앞으로 미래가 안 그려 저서 헤어지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 하지만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그런 상황이랄까 ㅋㅋㅋ


암튼, 이곳을 떠나서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게 저한테 좋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합니다.

확실한 건, 이곳에서 처음 시작을 했기 때문에 저의 이직도 가능했던 것이고

여기서 '기자'로서 처음 일을 한 건, 행운이고 제게 큰 디딤돌이 됐습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퇴사 3주 전이라 마음이 좀 여유롭고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 2주가 되니까 묘하네요. 기분이.

마냥 가볍고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필사하다가 한 구절을 발견했는데요, 이 구절을 끝으로 오늘의 기록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얼마를 얻을지 계산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내줘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안정감을 위해 (이루었다면 무척 자랑스러웠을) 어떤 성취의 가능성은 멀어졌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부모님이 내게 원했던 방식의 안정은 포기했다. 회사를 다닐까 그만둘까, 혼자 일할까 같이 일할까, 하던 일을 지속할까 새로 도전해 볼까. 그 모든 순간에 나는 무언가를 얻는 선택을 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그 나날들에 빚져서 오늘의 내가 있다. 과거의 나를 탓하고 싶을 때는, 미래의 나를 위해 더 잘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이것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담담한 최선이다. -


이다혜 에세이, <퇴근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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