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글쓰기 59일차
11시 반
오늘도 LA의 아침을 브런치로 시작한다
메뉴는 Mild Jinramen
브런치는 무슨
그냥 특별할 것 없는 끼니 한 개를 꾸역꾸역 때운다
혼자 끓여먹는 라면은 참 뻑뻑하다
어제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가지 않았다
어제자 미국의 설레는 풍경이라곤 창밖의 노을과 팜츄리가 전부였다
영어는 고사하고 한국말도 몇 마디 했을까 싶다
나는 가만히 멈춰선 채로
손가락으로 페북 뉴스피드 튕겨올리듯 무심히 하루를 소비했다
이 곳, LA에 온지 한달 반
페이스북에서 봤던 새로운 풍경의 설레는 모험이나
외국인 친구들과의 찐한 우정,
하루하루가 아까운 숨막히는 값진 청춘 한 페이지 같은건 여기에 없었다
그저 그동안 한국에서의 치열한 일상 속에 눈치만 보던 나의 게으름이
이제 끝났냐며 보란듯이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애초에 계획도 아무 것도 잡지 않았고
이곳에 와서도 얻을 수 있는 모험의 기회들을 번번히 놓쳐댄 나였다
새로운 곳에서 생활해보는 것
그거면 족하다던 나였지만
뭐 사람 사는게 어디 그렇게 다르겠나
몇 가지 규칙 빼고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은 일상이다
강제로 닥친 나의 공백기
졸업, 취업... 한국에서 들려오는 달갑지 않은 경사는
자신을 더욱 자책하게 만든다
다 접어두고 거길 갔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거기서만 할 수 있는 걸 뭐라도 해봐야 할 것 아니냐
가슴을 따끔따끔하게 만드는 소리에
게으름이란 놈이 또 벌떡 일어나서 온 몸으로 거세게 항의한다
시계침만큼이나 힘이 참 세다
째깍째깍, 거스르는 척력도 없이 무자비하게 간다
나의 비행기 값 60만원과 내 26살의 4/1
내가 가졌던 내 가장 값비싼 두가지는
이 LA에서 헐값에 소비되고 있다
시계침처럼, 페북 뉴스피드처럼, 늦은 아침 라면 브런치처럼
무심하게, 거스를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