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병아리

by 김보

즐거운 금요일이다. 정확히는 금요일 출근 네시간 전. 더 정확히는 사실 즐겁지 않은, 몸 속에 독처럼 쌓인 부정들로 잠에 들지 못하는, 잠에 들 자격이 없어 방황하는 새벽. 내일이 시작되면(엄밀히는 오늘이겠지만) 또 적당히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주말을 기대하는 척 하고 나는 회사일 외에도 바쁜 사람인 양 굴며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기대되는 일은 하나도 없음에도. 해야할 일들 또한 하나도 즐겁지 않으면서.​


내가 해야할 일을 떠올릴 때는 늘 미룸도 동반된다. 이제는 병아리 암수 감별하듯 무표정한 얼굴로 습관처럼 미룰 것과 지금 할 것들을 슥삭슥삭 구분해낸다. 이건 미룰 것, 이건 할 것. 병아리 감별 시 수컷 병아리는 맛도 없고 부화도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러니까 쓸모가 없어서 즉시 소각된단다. 같은 수컷된 도리로 유대감에 따라 어딘가 짠하다. 내가 골라낸 미룰 것들 또한 수컷 병아리처럼 곧 폐기되고 만다. 아 이 형편 없는 감별사 같으니라고... 내 바구니를 내려다보니 암컷 병아리가 몇 마리 없다.​


내 병아리... 이 새벽 내가 잠 들지 못함은, 속이 쓰리워 웅크려 신음함은, 호기롭게 품었던 수컷 병아리들을 떠나보낸 한심한 내가 내는 삐약거림 같은 것이다. 이 푸르스름한 시간, 우렁찬 꼬끼오가 되었어야 할 많은 일들이 삐약, 삐약, 미약한 소리로 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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