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화나 시동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미리 덥히는 일
초밥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놈을 마지막에 먹는 편이다.
그것은 아껴둔다는 의미보다는, 마지막에 느낄수록 오롯이 그 맛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니까, 나머지 피스들은 '예열' 같은 거다.
마지막을 더 잘 즐기기 위한 숭고한 의식.
문제는 일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거다.
일을 시작할 때 예열이 많다.
일종의 강박 같은 건데,
자정에 웹툰을 싹 보고 시작해야 한다던가, 맥주를 한 잔 해치워야 한다던가
일을 잘할 수 있는 나름의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이다.(대부분은 일의 능률과는 관련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마음가짐은 ‘이 정도는 껌이지’라는 자기 신뢰에서 오는데,
그 출처가 ‘직감’인 것이 문제다.
직감은 계획이나 경험과는 달리 오로지 나의 컨디션의 지배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고 싶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된다.
“나 지금 이 상태로는 100% 발휘 못해”
결국 이 ‘예열’이라는 거, 다시 말하면 ‘어르기’다.
“이만큼 놀았으면 이제 일해야지?”
“아직 아닌데?”
생떼가 마를 때까지 반복.
이것 참. 다 큰 어른이 얼러야 움직이다니.
이게 다 스스로 오냐오냐해서 그렇다.
버릇이 참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