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더 이상 설레지 않게 되었다

by 김보

더 이상 미루다가 평생 운전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재작년 덜컥 중고차를 한 대 샀다. 무작정 연수를 시작하고 네 다섯 번 주행을 했던가, 어느 정도 핸들의 촉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을 무렵부터 운전이 너무 설렜다. 기어를 꺾고, 신호에 맞춰 발을 구르고, 차선을 따라 커다란 철 덩어리를 움직여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도로 위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운전을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예컨대 비상 깜빡이를 켜는 것이 사과의 의미라거나, 당신 앞에 끼어들 수 있도록 양보를 부탁하는 의미로 머리를 들이미는 사인 같은 것들.


운전을 하고서야 저 창 밖의 빵빵거림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고, 회사를 다니고서야 테이크아웃 커피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연애를 시작하고서야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듯이 그 세상에 나를 집어넣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지나야 그 진짜 의미를 알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도 결국은 이렇게 무언가에 계속 익숙해져 가는 것. 세상의 진짜 의미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익숙은 설렘을 지겨움으로 바꾼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긴장감 가득했던 도로 위에서 졸음 운전을 알게 되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퇴사를 가슴에 품고, 그 사람으로 가득했던 내 안에 한 칸 한 칸 내 방을 늘리게 된다.


세상은 항상 그런 식으로 이해했다 싶으면 다시 멀어진다. 어쩌면 모든 일에 있어 설렘과 회의감의 크기는 비례하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함에 익숙해질수록 실망을 두려워 하고, 역치를 낮추고, 무덤덤을 연습하고 있다. 나이가 들며 겁이 자꾸만 는다. 세상을 알아가며 마음껏 즐거워하는 법을 잊는다.

어쩌지 나는 이제

운전이 설레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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