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쓰는 일은 어쩐지 부담스럽다.
독자에게,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꿀 터닝 포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작은 동기라도 부여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내 글에 힘이 들어가있는게 느껴진다.
하루에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를 가볍게 써내리다가도
마지막 다섯 문장 쯤 남기고선 우뚝 멈춰서서
으레 ‘우리네 삶도 그렇다’ 하고 우회해본다.
내가 왜 이걸 썼더라,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더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낯설게 글을 보기도 하며,
그렇게 오렌지에서 주스 짜듯 힘겹게 교훈을 내린다.
후-하고 한 숨 내뱉고,
발행 버튼을 누르고,
달달달 다리를 떤다.
내 글에 아무 인사이트도 없으면 어쩌지,
내가 내린 정의가 빈틈 많은 그저 일반화면 어쩌지.
그러다 행여 독자가
실망스러운 페이지들이 많아서 영영 덮어버리곤
책을 산 걸 후회하게 되면 정말 어쩌지.
오만 걱정들을 다 한다.
좋아요 알림이 올 때마다 마음이 따끔하여,
스스로 가장 냉정한 독자가 되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본다.
글에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 어디 있을까 샅샅이 뒤적이다가,
그런데 내 일상은,
내 일상에는 누군가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일들이 있었나 생각한다.
당장 오늘만 되감아도 너무 허접해서 웃음이 난다.
나조차 금방 덮어버리고 싶은 하루를 살고선
누구한테 동기 부여를 주려고 잔뜩 힘을 줬다니.
나에게 있어 일기가 에세이가 되는 일은
끊임없이 내 하루가 부끄러워지는 일인가 보다.
내가 필사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