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하고 다녔다

100일간 글쓰기 12일차

by 김보


대학생 때 넥타이를 자주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넥타이를 좋아했다. 멋낸다기 보단 목이 살짝 조이면서 긴장감이 드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성인이 되고서 스스로 넥타이를 사서 맸을 때는 고등학생 때완 다른 느낌이었는데, 약간 뭐랄까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책임감이라고 해야하나 사회의 일원처럼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그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목에 느껴지는 탄탄한 긴장감과 묘하게 닮았다. 그런 느낌 때문에 하고 다녔던 것들이 또 있었다. 매일 가지고 다니던 서류가방, 신발은 항상 단화, 별 일 없으면 항상 셔츠 차림에, 아 지나고보니 나는 직장인처럼 하고 다니는 걸 좋아했다. 직장인을 동경했다. 자기 업무의 전문가가 되어 책임을 다하고 사는 사회의 일원들. 사적인 순간에도 업무 전화라도 온다 치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목소리가 변하는, 적당한 긴장감을 능숙하게 느끼며 사는 사람들. 어른들. 그런 게 멋있어보여서 한 때는 스스로 회사의 톱니바퀴가 꿈이라 말하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넥타이를 안 한지 3년이 넘었다. 첫 출근 때 우리 회사는 넥타이를 안 한다는 말을 듣고 퍽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가 생각 같지 않았던 건 넥타이 뿐은 아니었지만, 사실은 생각 같았던 건 거의 하나도 없었지만, 매일 새로운 실망을 발견하고 있지만,
넥타이를 즐겨 매던 대학생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과연 동경할 만한 사람일까? 나는 내내 그리던 어른처럼 내 긴장감을 능숙하게 컨트롤하고 있는가? 지금 당장도 내일 출근하기 싫어 혼술로 회피하는 걸 보면 나는 긴장이 버겁나 보다. 역시 꿈이란 꿈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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