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구 반대편 쯤 있는 것이다

100일간 글쓰기 22일차

by 김보


여행 가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

극단적인 표현이 아니라, 나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 일과에 질식할 것 같을 때 딱 죽기 직전에 여행지에 있는 내 모습 한 번 그리면 겨우 후-하고 날숨을 쉬었거든. 내 월화수목금은 마치 여행까지의 디데이를 소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여행은 나에게 단순한 관광의 의미를 넘어, '일상'의 정 반댓말.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쿠우우웅- 비행기가 막 이륙하는 그 때, 이 도시의 네모들이 점처럼 작아질 때. 밤하늘의 점처럼 박힌 별을 보며 내가 참 부스러기 같은 존재구나 느끼듯이, 나를 가두는 일상의 문제들이 작은 점이 되어 부스러기처럼 멀어지는 것이다. 묘한 쾌감이 온다. 그 쯤 하늘에 뜬 나는 지상에서 올려다본 누군가에게 또 다른 부스러기 별일지도.


여행하는 동안 살 것 같다.

솔직히 별 차이 없거든. 똑같은 돌로 된 길을 걷는 거, 새로운 음식이라 해봐야 같은 재료로 만든 걸 다르게 먹는 거. 똑같이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는 거.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지 다르겠냐고. 그러나 이 곳이 낯선 곳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살 맛이 난다. 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에서 나는 그들의 일상과 관계 없는 완벽한 낯선 사람이 된다. 거기 가만히 있어!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던 일과와 사람들은 이미 부스러기가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서있으니, 원래 모습과 거꾸로 행동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이런 모습도 할 수 있구나. 낯섦에서 오는 해방감, 행복이 여기 있다.


나는 원래 이렇게 색다른 사람이다. 낯선 곳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관광지를 못 봐도,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낯설면 낯설수록 세상이 아니라 내가 새롭다. ‘Reflesh’. 여행지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며 비로소 다시 신선해진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이고, 여행으로 얻는 행복이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게 멀리 있는게 아니다. 한 지구 반대편 쯤만 가면 된다. 거기에 있겠다. 낯선 내 행복한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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