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이브닝

100일간 글쓰기 24일차

by 김보
KakaoTalk_20201224_192421022.jpg


크리스마스에 뭐 할 거야?

12월의 가장 만만한 대화 주제다. 어떤 안부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이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드는 주제. 다들 크리스마스에 무얼 할 건지를 기대하며 12월을 살아가는 것 같다. 밖에 나가면 트리, 산타 장식, 캐롤, 하루하루 이 도시에 크리스마스 패치가 얼마나 되었는지 진행률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정말로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내가 만난 미국 사람 중에는 7월 한여름부터 캐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노랠 부르는 이도 있었다. 그녀의 반팔티에는 산타가 그려져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으로 유래되었으나 현대인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길 기다리며 아무도 잠들지 않는 12월 24일의 밤, 여기 그 반증이 있다. 사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보다 이브를 더 설레 하는 것이다. 마치 여행 때보다 여행 계획을 짜며 설레는 것처럼. 크리스마스라는 오래 준비해둔 축제를 더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 이브의 밤에 꼭 그렇게들 모여있다.


'이브'의 유래는 'evening' 밤에서 왔다. 전야제, 어떤 행사 전날 밤, 행사가 잘 되길 기원하며 보내는 저녁 축제. 소중한 크리스마스를 완벽하게 보내기 위해 하루 미리 기도와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고, 그 밤, 축제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00:01부터 크리스마스를 가득 알차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정한 이브는 지금 이 시간, 크리스마스가 올락말락한 바로 이 시간이다. 집 곳곳마다 자정을 기다리며, '메리 크리스마스' 각각 턱 끝까지 한 발씩 장전하고, 서로 상기된 얼굴들을 바라보는 시간. 참으로 사랑스럽다.


이렇게 하자.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것이니, 이브야 말로 당신들의 것이라고. 또 용케 한 해를 끝까지 달려온 걸 기뻐하고자, 오랫동안 이 축제를, 이 12월의 끝을 그렇게 기다리고 준비해온 당신들을 축하하는 날이 이 날, 이브라고. 모두 즐거운 전야제가 되시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굿 이브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구 반대편 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