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글쓰기 26일차
올해도 어김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것들로 가득했던 봄여름가을이 모두 지나갔다. 추운 겨울도 존재감 과시하듯 한 번 매섭게 이 땅을 훑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가기 전,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우리를 반겼다. 수많은 기념일 중에서 크리스마스가 가장 특별하고 그토록 가슴 설레는 이유는 바로 해 마지막에 위치해 있기 때문일거다. 열심히 달려온 열두 달의 레이스, 팡파레 같은 캐롤과 종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너도 나도 환호하는, 크리스마스는 그 레이스의 골 라인 같다. 지난 일 년간 달려온 시간들을 서로에게 ‘수고했어’, ‘잘했어’하는, 뒤풀이 같은 날이 이렇게 새해를 딱 일주일 남기고 완벽한 날짜에 위치해있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 26일 아침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트리들을 집어넣고 캐롤이 꺼진 거리는 낯설도록 차분해서, 어제와 단 하루 차이일 뿐인데 전혀 상반된 풍경이 된다. 고요한 거리를 걷다보면 고요가 여운이 되어 많은 생각들에 빠진다. 두고두고 아껴 먹고 싶던 행복한 순간들, 스킵 버튼이 있다면 요금을 내고서라도 넘기고 싶던 괴로운 순간들이 교차한다. 찰리 채플린 당신이 옳았어. 거 봐, 멀리서 보면 다 희극이랬지. 그리고 내 올해라는 영화에 기꺼이 조연이 되어주었던 수많은 이름들이 엔딩 크레딧이 되어 올라가고, 작년 이 맘 때 굳게 마음 먹었던 한 해의 다짐들이 하나 둘 정산된다. 청구된 것은 대부분 후회다. 내년엔 꼭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이 되자. 거리의 여운을 배경음악으로, 이런 저런 한 해의 추억들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에피소드 한 화 한 화로 정리되어 덮힌다.
이제 마지막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2020년의 마지막 일주일, 올해 목표로 했던 모든 것의 마지막 일주일, 그리고 내 20대의 마지막 일주일. 올해도 어김없이 힘껏 애썼던 소중한 내 에피소드들을, 차분한 공기 그 위로 이제는 하나 둘 씩 고이 덮어 책장에 예쁘게 꽂아야지. 캐롤은 껐지만 트리 장식은 집어넣었지만, 축제는 모두 끝이 났지만
2020년의 마지막이라는 거실에 차분히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