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글쓰기 43일차
이제는 그 말이 웃음이 날 만큼 진부하게 되었지만
극이나 드라마의 절정 장면에 꼭 나오던 대사다.
'나답다'라는 것.
사실은 참 철학적인 물음이라
이렇게 한 마디에 압축해서 물으면 불쑥 그럴싸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오래'
답다-라는 말이 가진 의미는
그 외 다른 것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혹은 다른 성향보다 좀 더 오래 지속하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뜻일 거다.
‘원래’
우리가 자주 하게 되는 그 말,
'나는 원래 그래'
'원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이런 말들이 가지고 있는 뜻이 어쩌면 '나답다'와 의미가 맞닿아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멋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나다운 것에 대해 물어올 때
내 원래의 것들, 나의 오래된 모습들을 답한다면서
실은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의 가장 자랑스러웠던 몇 가지 순간들을 편집해
나를 그럴싸하게 꾸며놓는 것이다.
지금의 잘못된 나는 내가 아니라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과거의 영광 속에 살며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내가 정해놓은 가장 그럴싸한 ‘나다움’은
정작 현재를 사는 나를 소외시키고 부끄럽게 만든다.
나는 언젠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때에
그 ‘이런’ 안에 어떤 모습의 나를 대입시키고 있게 될까.
그 안에
지금 어떻게든 나아지려 아등바등하는 이 순간들도 소개되고 있을까.
내가 살게 되는
내가 떠올릴, 내가 머무르는
그 영광의 순간의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