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를 하나 샀다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그걸 먹으려는데
문득 전에
거리에서 허겁지겁 핫도그를 먹다 마주친 친구가 떠올랐다
별 시덥지도 않은 것이 생각났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일상 속에서 기억에 떠오르는 것들은 다들 꽤 시덥잖은 것들이었다
어느때에 먹었던 도시락통이 노란색이어서 한참을 바라본 기억이라던지,
아주 재미없는 영화의 결말에 주인공이 입었던 평범한 옷이라던지
딱히 인상깊지도 좋은기억도 나쁜기억도 아니었는데 왜 계속 머릿속에 오래있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기억이라는 건
내 마음대로 되는 적이 별로 없었다
잊고 싶지 않아서 평생 기억하고 싶어서
몇번이고 음미했던 행복한 어느 한 찰나를
난, 새까맣게 잊고살다가 어느날
그 때 사진을 보고서야 떠올린 내 자신에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절대 잊혀지지 않고 내 주변을 둥둥 떠다닐 것 같던 끔찍한 기억도
어쩌면 트라우마로 무의식중에 남았을지언정
내 일상을 지배하지 않아서
이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모든 기억은
그냥 오늘 어쩌다 사먹은 핫도그 같았다
어쩌다 떠오르는 핫도그
황홀했던 유럽에서의 한 순간 한 풍경보다
비오는 날 집에서 비벼먹던 간장밥이
더 찐하게 머릿속에 뒹구는 거는
딱히 유럽이 별로였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간장밥이 기가막혀서도 아니었다
그냥 기억
그게 그냥 떠오르고 싶었나보지
기억의 순서는 순위가 없다
그냥 기억은 기억들은
그냥 나란히 존재한다
좋은 기억도 안 좋은 기억도 시덥잖은 기억도
나란히 나란히
내 상당히 오래된 기억 하나는
다섯살 때 우리집 거실의 풍경 하나
엄마가 해바라기 모양의 시계를 만들고 있었고
나는 그걸 쳐다보면서
그냥 뭐 위인전 같은걸 떠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동여지도 김정호
도산 안창호
그냥 그렇다고
핫도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