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물함

100일간 글쓰기 53일차

by 김보

군 복무 시절에, 물건을 잃어버리면 '어디 갔지'가 아니라 '누가 가져갔어?'라며 찾는 선임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물건들은 결국엔 자기 관물함에서 나오곤 했으니까.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저렇게 사고하지 않으니까.


문득 다시 그 사람이 생각난 건,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어느 날.
일을 안하는 내 동료가 짜증이 나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 사람도 짜증나고 그냥 날 배려하지 않는 이 상황이 모든 게 스트레스로 다가와
화난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돋히고 있을때
옆의 그 동료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아 내가 지금 그 선임과 같구나.
사실 내가 마음이 구부정해서 내 잘못을 남탓만 하고 있구나 .
내 불행의 원인은, 내 잃어버린 행복은 내 관물함 안에 있었구나 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위해 나를 자책할 필요는 없는거겠지만,
그런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나는 그 불행이란 놈을 내 안에서 찾아야할 필요가 있다.
차분하게 가시가 돋힌 날 달래면서.

오늘은 퇴근하면 내 방 정리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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