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과 거실사이

느릿느릿 집고치기

욕실... 흑

깨끗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흠이 많은 거실 벽 ㅠ 그나마 조명을 일반 형광등에서 펜던트 등으로 교체해서 다행

방 페인팅에 이어 욕실과 거실을 바꿔보기로 결정했다. 2년 전 도배를 마친 집이라 크게 흠 될 곳은 없었지만, 거실 역시 시조새같은 형광등 자국과 벽걸이 텔레비전 거치대용 구멍, 시계 거치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못, 벽지 일부에 붙어있던 테이프 등으로 벽 일부가 상한 상태였다. 욕실의 경우 2년 전 도배 작업이 진행될 때 욕조를 떼었다고 들었는데, 그 때 타일을 새로 시공한 것 같다. 하지만 욕조가 있던 높이까지만 새 타일 작업이 진행된 상태여서 욕조 높이 윗쪽에 붙어있던 타일들은 1992년에 시공된 그대로였다. (오마이갓) 물때는 생각보다 많이 끼어있지 않은 상태였으나, 환풍구인것으로 보이는 구멍난 철판과 전기 배선용으로 보이는 작은 철문,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통해 아로새겨진 못구멍 등이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왜... 여기까지만 ㅠㅠ

오래된 샤워수전, 전에 살던 사람이 샤워기를 떼어간 상태 (아놔)

싫어하는 색온도. 심지어 킴*클럽 전구 (아놔)

벽장과 휴지걸이, 선반 등을 떼어내니 고정을 위해 시공된 칼브럭 자국

어느 집에나 있을 것 같은 화장실용 플라스틱 벽장과 근처 치과에서 받은 듯한 빨간 플라스틱 휴지걸이와 칫솔걸이, 스테인이 끼기 시작한 스테인리스 선반을 제거하고 나니 눈에 들어온 건 벽 고정을 위해 뚫려 있는 칼브럭 자국이었다. (칼브럭은 Carl plug가 일본어 カールプラグ로 표기되면서 한국에 건너와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 단어인데, 영미권에서는 wall plug 혹은 screw anchor 등으로 불리는 벽체 고정용 부품이다 - 나사못을 고정하기 어려운 벽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이나 금속제 월플러그를 삽입 후 나사못 패드처럼 만들어 나사못을 고정시키는 방식) 이를 벽에서 빼내기는 어려우므로 지난 번 벤*민무어 페인트를 구입할 때 함께 구입했던 벽체 메움용 반죽(흔히 '메꿈이'라고 부름)을 곳곳에 발라주었다.

다 메워버리겠다!!!

거실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벽걸이 텔레비전을 고정하던 타공 위치에 벽체 메움용 반죽을 넣고 건조를 위해 한동안 놔두었다. 이를 그대로 놔두어도 되지만 평탄한 벽면처럼 보이려면 연마 작업을 거쳐야 한다.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 시공할 부분이 그렇게 많진 않아서 사포로 갈음하기로 하고 열심히 문질러댔다.

전 세입자가 쓰던 거실 벽걸이 텔레비전 자리

에어컨 자리 옆에도 정체 모를 구멍들이 존재한다

열심히 문지르자

표면에 윤기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거친 표면이 부드러워질 때까지는 문질러준다

월플러그의 흔적도 이렇게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만든 대신 이렇게 흔적이 남으므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로테스크한 욕실 전등 자국. 닦을 수 없는 기름자국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수십 년 동안 생긴 물얼룩이었다. (물티슈로 너무 잘 닦임 하하하)

벽면 페인팅 작업 때와 마찬가지로 물품을 보호할 부분이 있다면 커버링 테이프로, 경계선만 보호한다면 마스킹 테이프로 페인팅 면을 설정해준다.

새로 시공된 타일과 페인팅할 타일의 경계면을 커버링 테이프로 덮어주고

수전과 벽체의 연결부는 마스킹 테이프로

라디에이터 역시 마스킹 테이프로

거실의 경우, 벽에 전등 스위치와 전기 플러그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커버를 벗겨준다. 할 수 있다면 벽체와 분리해두는 것이 좋다.

전등 스위치 알몸 (ㅈㅅ)

이렇게 벽체와 분리해두면 페인팅이 한결 수월하다

전원 플러그와 텔레비전 커넥터, 전화 커넥터

어쩔 수 없이 벽체와 연결된 선들은 이렇게 커버링 테이프를 활용한다

장판 걸레받이 선을 기준으로 커버링 테이프 마감

창틀과 벽면의 경계는 마스킹 테이프로

페인트가 흘러내릴 부분들도 커버링 테이프로 마감해준다

거실 페인팅 준비 작업 시 고민거리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벽에서 분리할 수 없는 랜케이블이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판 걸레받이 접착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벽체와 연결된 랜케이블은 커버링 테이프로 덮었고, 걸레받이 접착면 유실부는 후에 다시 접착 마감을 하기로 하고 테이핑 영역에서 제외했다.

걸레받이 접착면이 떨어져 나간 부분. 일단 놔둬보기로 한다.

페인팅 준비 완료

여기도 준비 완료

휘 휘 저어준다

단조로운 작업 패턴에 싫증을 느낀다면  다음 페인팅을 수행할 다용도실의 구멍들을 메워준다

스위치들을 중심으로 붓질부터 한다

롤러로 분노를 표현 (응?)

한 시간 경과

여기도 반 정도 진행. 거울과 세면대는 마스킹 테이프와 커버링 테이프를 적절히 혼합해 덮는다

이제 됐다. 커버링 테이프와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낸다.

코지한 지하실 컨셉

하자보수

벤*민 무어 매장에 있는 욕실 페인팅 샘플. 맨 밑 레이어가 벽체타일, 그 위가 프라이머, 마지막이 욕실용 페인트다.

젓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실제로 프라이머 젓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바르다가 줄줄 흘러내려 곤혹스러웠다.

욕실 페인트로 선택한 Silver Cloud 컬러

1차 완성

건조를 위해 좀 더 놔둔다. 건조시간동안 조명을 달았다. 이제 테이프들을 떼어내보자.

완성 으하

이전 세입자가 가져간 샤워기 자리에 어메리* 스탠다드 샤워기를 달아준다

새 욕실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해졌다 (아니라고? 흑)

코지한 지하실 (아니라고? 흑) 이제 가구를 슬슬 들여놓기로 한다.

욕실과 거실을 오가며 페인팅을 겨우 마쳤다. 욕실 페인팅의 경우, 처음에 여러 회 칠하려고 마음먹었었지만 접착성이 강해서인지 다른 페인트에 비해 냄새가 너무 심하고 환기가 어려운 공간이라 여러 회 작업은 포기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굉장히 작업 진행속도가 느리다. 역시 살면서 느릿느릿 다음 인테리어 아이디어들을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