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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츠 Dec 20. 2023

이직의 어려움, 퇴사를 선택한 이유


5년차, 생존을 위한 발버둥



내가 근무했던 기업은 산업 군 내에서는 업력이 길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중견기업 규모의 상장사였다. 처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근무 중인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할 수 없었고, 산업 전체가 어려워지는 추세라 더 큰 기업으로의 이직이 나의 생존과 커리어에도 나은 선택지라 판단했다. 


더 큰 기업 규모와 처우가 좋은 기업은 사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중에서도 경력직 채용이 가끔이라도 오픈되는 기업은 2-3개였다. 약 반 년 동안 3개 기업의 경력직 채용에 지원했다.


스스로 지원한 기업도 있었지만, 이쪽 산업은 추천인에 의한 채용이 많고 나 역시 업계 선배들을 통해 대기업들과 연결되었다. 짧은 경력이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일했고, 일 잘하는 똘똘한 후배로 같이 근무했던 선배들이나 동종업계 선배들에게 인식되었다. 아부 떠는 살가운 후배가 아니어도 회사는 결국 일을 하는 조직이기에 일머리와 진정성이 있다면 괜찮다는 내 가치관이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이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근무하면서 면접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보통 에너지가 드는 일이 아니다. 합격까지 짧게는 서류전형, 1-2차 면접이 있고 길게는 4-5단계에 거치는 전형이다. 빠르게 진행되어야 1달, 길게는 2-3달까지 이어진다. 이직할 기업도 근무 시간 중 전형을 진행하기 때문에 면접을 위해 연차나 반차를 써야만 하고, 잦은 연차 사용과 레퍼런스 체크 등으로 현 조직 내 다양한 소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에너지 소모와 리스크를 감수한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전형을 진행하다 보면 세상에 쉬운 일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A기업은 업계에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기업 단일 매출과 영업이익으로는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들을 압도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이 기업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가지 시선이 있었지만, 좋은 기업임은 틀림없었다. 헤드헌터를 통해 진행했고 1차 실무 면접, 2차 AI 면접, 3차 임원 면접까지 진행되다가 탈락했다.


B기업은 숨어있는 강자였다. 산업 내 특정 카테고리에서 1위 기업이었고, 오너 마인드가 좋기로 유명하고 직원 처우가 좋은 편이라 임직원 근속연수가 길었다. 평점 불모지인 이 산업 군에 블라인드와 잡플래닛 평점이 높은 기업으로 유명했다. 1차 실무 면접, 2차 임원 면접, 3차 대표이사 면접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하루아침에 내부 사정으로 입사가 취소되었다. 여러 루트를 통해 들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최종에서 탈락한 지원자 중에 사실은 내부 임원 낙하산이 있었고, 내 합격은 취소로 번복되었다. 나를 최종 면접에 올린 담당 임원은 이런 케이스가 처음이라며 서로 민망한 사과를 연신 해댔다. 연매출 1조 이상의 사이즈에 개인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기업이었는데, 인사 방식에서 많은 실망을 했다. (feat. 명심해라. 오퍼레터 사인 전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C기업은 업계 정통 기업이다. 업력이나 시장 지배력이나 매출이나 업계 TOP3 안에 드는 대기업 계열사였다. 해당 기업 근무 중인 동종업계 선배였던 A를 통해 권유받았고, 그가 속한 팀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팀 내부 직속 추천이기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팀장급 면접 1회 후, 내부 사정으로 T/O가 닫혔다. 몇 달 후 해당 팀장은 다시 오픈되었다고 만나기를 제안했다. 그렇게 두 번째 면접 아닌 면접을 보았다. 또 딜레이에 딜레이를 거듭하다가 흐지부지 종료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내 경쟁력이 약해 인사팀이나 임원 선에서의 서류 점검에서 커트된 것 같다. 불투명한 채용 과정과 경력직 연봉 후려치기로 유명한 기업이라 기업 평판이 좋지 않지만, 추후 커리어를 도모할 수 있고, 산업 내 지배력 하나는 무시할 수 없는 기업임은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나는 3개 기업 모두 낙방했고,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주체할 힘도 의지도 내게는 남지 않았다. 경력 공백 리스크에 대해 생각할 힘조차 없었고 휴식이 필요했다.


2023년 7월 31일, 그렇게 나는 2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이전 직장을 다닌 기간을 더하면 4년 3개월 만의 공백이었다. 




작성한 글을 토대로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HbQt7VOSc&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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