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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Apr 03. 2023

나의 사치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남편에게 감사한다.

나의 남편은 집안 일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에게 집안 일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때만 하면 된다.

참 감사한 남편이다.

남편은 생활비를 따로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필요한 게 있으면

카톡을 보내면 대부분 다 주문해 준다.

(카톡 대화가 전부인 부부... 카톡 없었으면 어쩔...)

나에게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하지 않아서

나의 개인적인 지출만 없다면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

(아들 화상영어, 영어책, 수학책, 고양이 병원비, 등등

이런... 남편이 반대하는 지출에 대한 어려움이 좀... 

나의 수입이 필요하다. 올해는 꼭 수입이 많이 생기기를)

너무나 감사한 남편이다.

나의 남편은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사실 나도 육아에 관심이 없었다. 

결혼하고 자녀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너무나 별생각 없이, 육아에 대한 준비 없이 결혼을 했다.

그렇게 3년

여자가 나이가 많아서, 

자궁이 차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욱 해서

3번의 유산을 거치고

4번째 겨우 임신을 했다.

10달의 임신기간만 종료하면 

그렇게 출산과 동시에 육아가 끝나는 줄 알았다.

10개월의 임신은 고통이었다.

앉아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그저 걸어야 조금 진정이 되어 계속 걸었다.


출산만 하고 나면 

다시 매일 홍대 빠를 가는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출산과 동시에 잠을 잘 수 없는 육아에

100일의 기적을 바라며 견뎠다.

100일의 기적은 다시

돌만 지나면 어린이집에 갈 것이라는 희망고문으로 버텼다.

어린이집 어디에도 적응이 안 되는 아이는

결국 3돌의 환상으로 3년만 버티면 육아가 끝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3돌의 환상은

그대로 10년이 연장되었다.

10살은 되어야 아이가 엄마 없이 독립이 된다는 생각에

견디고 또 견디어 냈다.

그렇게 육아 10년 차가 되자

깨달았다.

이제 학습 10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육아는 20년의 엄마를 필요로 한다.

너무나 감사한 남편이 있고

더 감사한 아들이 있다.

감사할 것들이 넘쳐나는 데

나는 왜 

.

.

.

외로울까?

.

.

.

나는 외롭다.

ps.

나에게는 사랑이 사치이다.

그래서 사치하지 못하는 나는 외롭다.

ps2.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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