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주 비올라 Mar 27. 2023

내 안의 선과 악

헤르만 헤세. 데미안을 읽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압락사스. 

신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동생을 질투하여 살인을 한 카인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번성하고 번성하리라는 예언을 내린다.


그런 신의 예언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카인에게

너를 해치는 자는 66배로 복수해 주겠다는

표식마저 내려준다.

도둑질을 하고 십자가에 매달렸으나 

회개하지 않은 자를 용기있다 칭찬하고

이제 제발 그만하라는 천사를 

밤새도록 괴롭히고 맞서 싸워서 결국 천사의 항복을 받아내다

허벅지 힘줄이 끊어져 버린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내려준 


신. 압락사스. 

신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내 안에는 어떤 악이 있을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상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아니라면 나는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이라면 나는 모른 척 한다. 

그걸 나는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안의 악은

도움을 준 이후이다.

도움을 주었으나,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도와주었더니, 또 다른 도움을 바란다면

나는 냉정해진다.

물에 빠져 있길래, 수영도 못하는 주제인  내가

나의 위험을 무릅쓰고 물어 들어가 겨우 함께 나왔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를 나는 참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다시 물에 쳐 넣지는 않겠지만, 복수에 나는 관심이 없다.

그저  그런 인연은 다시 연결되지 않도록 주변을 다 정리해 버린다.

또 다른 내 안의 악은

죽음이다.

나는 죽음을 찬양한다.

아프면 치료하느라 애쓰지 말고

죽었으면 좋겠다.

고양이가 작년에  많이 아팠다.

치료하기 보다는 그냥 그대로 보내주고 싶었다.

이런 나를 보는 병원측 사람들은 너무나 황당해 하였다.

엄마가 병원생활을 많이 힘들어 한다.

병원에 있는게 힘들면, 집에 와서 같이 있자고 했다. 

그러나 딸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병원도 싫고 딸도 싫으면

그럼 이제 그만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사실 많이 했다.

그런데 나쁜 딸이라고 욕 먹을 것 같아서

잠시 했다고 속이는 거다.

은근 욕먹는거 싫어하나 보다.

남편이 자꾸 화를 낼 때는

저렇게 화가 많이 나면 그만 살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아니, 정말 조금 한다. 아주 조금. 

나의 죽음에도 나 스스로 찬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잠시 소풍을 잘 즐기고 간다고.

그렇게 가볍게 갈 수 있기를 .

그리고 남겨질 나의 아이가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