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유형 그림책 1. 눈물바다

감정표현이 어려운 아이

by 김혜주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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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사계절출판사, 2009)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학교 시험을 망쳤어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죠. 5번 유형의 아이들은 지적인 아이들입니다. 학생인데, 수업 시간에 열심히 설명을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습니다. 특히나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기에, 시험을 못 쳐서 선생님의 시선을 받게 된다는 생각까지 들면, 갑자기 공포 속으로 빠져들게 되죠.


시험도 엉망인데, 급식도 맛이 없어요. 4번 유형의 아이들은 음식의 냄새나 색깔 혹은 식감에 예민합니다. 자신의 취향이 아닐 때 먹기를 거부하죠. 5번 유형의 아이들은 먹는 거 자체에 그렇게 큰 흥미가 없어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지 않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죠. 그런데 이 속담은 이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적용이 안 됩니다. 이들은 맛이 없으면 그냥 안 먹는 선택을 합니다.


시험 점수도 나쁘고, 점심도 안 먹고, 심지어 짝꿍이 먼저 바보라고 놀렸는데 억울하게 나만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어요. 오늘은 안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어요. 그리고 겨우 학교가 끝났지요.


아이는 “휴~~”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본인만 아는 이 깊은 한숨이 아이가 하루 종일 힘겨웠던 일에 대한 표현의 전부입니다. 발을 쾅쾅 거리며 선생님이 나빴다고 화를 낼 수도 있을 텐데, 5번 유형의 아이는 그저 작은 소리로 “휴” 하는 게 전부입니다. 하루가 정말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는 소리입니다. 평소에 이렇게 감정에 대하여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유형의 아이들은 양육자가 아무리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도 아이의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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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났어요. 비가 오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우산이 없어요. 뛰어가도 되는데, 온몸으로 비를 맞고 처벅처벅 걸어갑니다. 누가 보는 게 싫은 아이는 박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네요. 뒷모습인데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입니다. 자기 몸의 절반만 한 가방을 힘겹게 어깨에 매달고 지친 몸을 겨우겨우 끌고 집으로 갑니다.


5번 유형의 아이들은 대체로 마른 체형입니다. 스스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기운이 넘치는 이미지는 아닙니다. 무언가 차분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죠. 그림책을 보면 구름이 모두 작은 선으로 소용돌이치듯 차곡차곡 쌓여서 그려져 있어요. 마치 아이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그림 같아요.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부정적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거죠.


이렇게 힘겹게 겨우 집에 왔는데, 하필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있어요. 5번 유형의 아이들은 큰 소리에 무척 예민합니다. 큰 소리로 하는 부모님의 대화는, 다툼이 아니라 그저 대화여도, 이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로 고통스러워 자기 방 안으로 숨어들어갑니다. 너무 무서움이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화를 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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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5번 유형의 아이들은 화를 내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이불속에서 혼자 눈물을 흘립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조용히 눈물만 흘립니다. 울고 또 울어도 계속 눈물이 납니다. 훌쩍, 훌쩍, 자꾸만 눈물이 나죠. 그리고 그 눈물이 모이고 모여서 눈물바다가 됩니다.

아이는 그 눈물바다에서 침대 배를 타며 신나 합니다. 표정은 무척이나 신이 난 표정인데 대사가 참 객관적입니다. “눈물바다!” 한마디입니다. 명확한 사실만 이야기합니다. 감정표현이 없죠. ‘신난다’ 비슷한 한마디 정도 해도 될 텐데, 아이는 정확한 현상만 표현합니다.


이 눈물바다에 엄청난 파도가 많은 것들을 휩쓸어 갑니다. 40점 받는 시험지, 바보라고 놀리던 짝꿍, 급식실의 맛없는 요리를 한 주방장, 그리고 큰소리로 싸우던 엄마와 아빠까지요. 아이는 힘을 다해 모두를 구해냅니다. 이런 눈물바다를 만들어 미안하다고 하죠. 그런데 마지막 말이 무척 인상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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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시원하다”라고 표현합니다. 하루 종일 조용히 있었지만 사실 아이는 힘들었죠. 감정적으로 불편했어요. 시험의 답을 몰라 답답했고, 급식 맛이 없어 속상했고, 혼자 혼나서 억울했죠. 부모님의 큰소리에 너무나 무서웠어요. 그런 두려움들이 모두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여 있었어요. 그런 느낌이 소용돌이치는 구름의 선들로 뭉게뭉게 뭉쳐져 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시원하다’는 한 단어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하루 동안 머릿속 가득 쌓여 있던 생각들이 아이의 상상 속에서 해소되는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은 선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저렇게 짧은 선들로 면을 채워 넣은 것은 참 힘겨운 작업입니다. 단순한 벽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선들을 그려 넣어야 하죠.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서 지식을 계속 쌓아가는 5번 유형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해도 완벽한 느낌이 들지 않고, 계속 부족하다는 느낌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그림책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이 유형 아이들의 불안하고 긴장된 마음이 가만히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알게 되죠. 가끔 이 유형들의 상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로 표현되는데요.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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