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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Nov 16. 2022

2-7) 새벽 6시, 함께 글쓰기

사소한 습관 바꾸기


   아이들이 학교 가면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지인이 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고, 노트북에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니 멋있게 느껴졌다. 그 지인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을 위해서 공부한다. 그럼 집안일은 언제 하냐고 묻자,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한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대로 하면 좋을 텐데 싶었다. 아이들이 없을 때 집안일을 미리 해놓고 저녁 준비도 끝내 두고, 아이들이 오면 함께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에게 엄마가 집안일을 뒷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회사를 다니는’ 가부장적인 문화로 학습이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아이 앞에서 혼자 집안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집안일은 가족이 모두 나눠서 함께 하는 것이다. 아이와 같이 저녁상을 차리고, 같이 설거지를 하고 같이 빨래를 갠다. (집안일에 남편이 포함되지 않아 안타깝다. 그러나 남편교육은 시어머니 몫이다. 굳이 내가 시어머니가 시키지 못한 자녀교육을 대신하고 싶지 않다.)


   큰 집안일은 아이가 학교에서 오기 전에 미리 해 놓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소한 집안일은 함께 하고, 그 후에 하루 30분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아이를 대할 때도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보다, 책을 함께 읽으면 좀 더 너그러워진다. 


   그렇게 책 읽는 시간 30분, 중 10분은 아이와 같은 책을 읽는다. 엄마인 내가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낭독하기도 한다.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서로가 함께 아는 내용이 쌓이면 아이와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야기할 거리가 생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생각들과 학교생활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나면 글쓰기를 해야 한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에서 고미숙은 글쓰기는 읽기의 방향과 밀도를 더운 단단하게 해 준다고 강조한다. 쓰기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그 과정이 절실해진다. 읽기 또한 쓰기의 과정이라서 읽기만 하면 허무해진다. 읽기와 쓰기를 함께 하면 제대로 쓰기 위해서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혹은 그 이상 읽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반복 읽기 속에서 새로움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단어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느낀다.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읽기에 비해 글쓰기는 잘 되지 않았다. 한 줄 쓰고 나면 엄마인 나도, 그리고 아이도 둘 다 집중력이 사라지고 산만해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에 푹 빠져 있을 때, 그때 그 시절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이런 책을 쓰는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꿈이 있었는데, 잊고 살아왔다. 


   나는 다이어리에 2022년 올해 내 책을 쓰겠다고 목표를 적어 넣었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작가가 되지 못하겠지만, 저자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독립출판으로 평범한 사람들도 책을 내는 시대이니까. 우선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꾸 ‘내일 써야지’하면서 글쓰기는 되지 않았다. 글쓰기는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에서 한기연은 ‘양육도 습관이다’라고 말한다.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아이와 더 잘 놀아주고,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당신 입장도 더 이해하도록 노력할게."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 것 같으냐고 묻는다.


   나는 '아이고, 어지간히 하겠다. 한두 번 하고 생색은 엄청 내겠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행동을 결심 한 번으로, 말 한마디로 갑자기 매일 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남편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남편의 말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한다.


   모든 인간은 마찬가지이다. 행동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행동은 습관이다. 어쩌다 우연히 한번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꾸준히 반복해서 일어난 습관이다. 습관을 바꾸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다시 습관을 들이는 것' 뿐이다. 


   새로운 습관 들이기. 나는 저녁에는 맥주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으니, 새벽 6시에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혼자서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또 매일 내일로 미룰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새벽 6시에 글쓰기 함께 하실 분을 구한다고.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무려 6명이나 함께 하겠다고 댓글을 달렸다.


   그렇게 새벽 6시 되면, 줌(Zoom)에 접속한다. 화면과 소리는 꺼두고 각자 자신의 글을 쓴다. 혼자라면 잠이 깨서도 웹툰을 보면서 시간을 흘려보낼 나인데, 모두들 글을 쓰고 있으니 나도 쓰게 된다. 각자 글을 쓰고 나면 자신의 글을 공유한다. 타인의 글을 보면 또 새롭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매일 새벽 6시 글쓰기를 반복하면서 내 마음을 관찰하고 나를 성장시킨다. 나의 생각을 사색해 보고, 그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은  두뇌 속에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간다. 


   엄마가 이렇게 새로운 신경세포들을 발달시켜 가면, 그런 긍정적인 영향은 아이에게도 미친다. 엄마가 열린 태도로 세상을 탐색하고 계속 새롭게 변화되어 간다면 아이도 자신의 세상에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가며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존재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글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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