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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Nov 22. 2022

3-1)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3장. 엄마는 작가다


   ‘성공해야 책을 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공한 책을 보면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해보다가 쉽게 포기한다. 그리고 저렇게 책을 쓸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 가능하고, 나처럼 잘하는 게 없는 인간은 안 돼. 난 안 돼. 그렇게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책을 써야 성공한다.’ 나는 아직 성공한 게 없다. 나는 그저 매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아직 성공하지 않은 이 과정이 책이 된다면, 분명 이 글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글이 책이 된다면 나와 비슷한 특별할 게 없는 엄마들도 글을 쓰는데 자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블로그에는 주로 책을 읽고 간단하게 리뷰를 남기는 글을 썼다. 간단한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른 영역이다. 책쓰기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춰서 써야 한다. 주제에 맞는 일정한 양식을 정하고 그 양식에 맞춰서 분량과 글의 문체를 통일해야 한다.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신청했다. 책을 써 본 적이 없으니 혼자서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새벽 6시 글쓰기 모임에 선언을 했다. 매주 4편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겠다고, 그리고 20만 원을 통장에 넣었다. 3주간 12편의 글을 올리지 못하면 20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썼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서 "제 10 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여기저기 홍보했다.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기회에 나도 출판을 해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 싶다.


   그러나 나의 책은 출판이 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나의 책은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어쩌면 실패의 기록일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도전하는 중인 기록도 성공의 결과만큼이나 가치가 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늘 100점 맞은 결과에 대하여 칭찬하지 말라고, 점수에 상관없이 그동안 꾸준하게 매일 공부한 과정에 대하여 칭찬하라고 한다. 그런데 왜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 하는 걸까?


   왜 내가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만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건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서 일 듯하다. 육아서를 많이 읽다 보면, 정말 감동을 주는 책도 있지만 어떤 책은 너무 일방적인 자신의 경험 하나만으로 오히려 반감이 느껴지는 책도 많았다.


“그림책이 함부로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테마가 발효되지 않고 반죽도 충분히 되지 않는 그림책이 속속 출판되는 것이다. (중략) 그런 결과로 어떤 책이 만들어지겠는가? 인간에 대한 얄팍한 묘사, 자연을 포착하는 방법의 빈약함, 사물을 포착하는 방식이 싫증 날 정도로 눈에 걸려, 대충대충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겨버리면 두 번 다시 펼치고 싶지 않을 것 같은 그림책이 가득한 것이다.” (마쯔모토 다케시, 그림책론, 1981)


   다케시의 이야기는 비단 그림책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분야의 책이 독립출판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이게 무슨 책이야?’ 싶은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쓰는 책도 이 지구에 쓰레기를 더하게 되고 지구의 나무를 훼손하는 낭비가 될 것이라는 불안이 책을 쓰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책을 써보면 깨닫게 된다. 그 싫증 날 정도로 대충대충 쓴 것 같은 책조차도 한 권의 분량을 다 쓰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직접 책을 써보고 나면, 그렇게 조잡한 책을 만나도 비아냥거리지 않게 된다. 이 책을 쓰느라 저자는 분명 밤을 새우고 끼니를 거르고 매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으리라. 그럼에도 저자의 수준에서는 이 정도의 책이 전부였으리라. 포기하지 않기를. 다음 책은 더 좋은 책이 나올 것이라고 응원하게 된다.


   책을 쓰다 보면, 어떤 결과이냐를 떠나서 책을 쓰는 동안의 일상 자체가 인생에 변화를 준다. 최고의 자기 계발이 ‘책쓰기’이다. 나는 무엇에 대하여 책을 쓸까 고민하다가, 2년 전부터 줌(Zoom)에서 엄마들과 함께 공부한 ‘에니어그램’에 대하여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어떤 책을 혼자 읽을 때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을 때, 책을 통해 느끼는 감동이 다르다. 나는 대충 넘기거나 혹은 별로 와닿지 않은 글들이 타인의 소리를 통해 들으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저 독자로서 누군가의 책을 읽을 때와, 내가 저자가 되어 그 책의 내용을 인용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니 또 다르다. 


   ‘에니어그램’은 어렵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그럼에도 어렵다. 책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막상 내가 책을 써보니 그제야 이해되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 단순히 읽는 것과 그 읽은 것을 나의 글로 써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그러니 내가 잘 아는 것을 쓰는 책도 있겠지만, 책을 쓰면서 더욱 잘 알게 되는 것도 분명 있다.  


   <나를 알기 위해 쓴다>에서 정희진은 말한다. 43살에 대통령을 하는 건 젊은 나이이지만, 43살에 대학교 조교를 하고 있으면 젊은 나이가 아니다. 43살에 노동을 하면 힘에 부친다. 43살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작해야 한다면 젊은 나이가 아니다.


   나는 어느새 지천명이라는 50세가 내년이다. 하늘의 뜻은 아직 알지 못한다. 늦게 결혼하고 늦게 출산하여 늙은 엄마인 내가 이제 돈을 벌기 위해서 새로운 육체적 노동을 시작하기에 젊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책을 쓰는 일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아니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늙으니 새벽잠이 점점 없어진다. 길게 잠을 자지 못하고 자꾸 깬다. 그렇게 깼을 때 늘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면서 손목이 아프다 했었는데, 이제 컴퓨터를 켜고 책을 쓴다.


   게다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아이에게 상처받고 불안한 나를 지킬 수 있다. 아이에게 너무 몰입하지 않고, 나의 세계를 가정 안으로 한정하지 않고, 나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나에게는 아직 50년 넘는 노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직 책을 쓸 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김미경 TV>에서 남인숙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처럼, 내가 70세 혹은 90세가 되었을 때 내가 출판한 나의 책들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다. 


https://youtu.be/kmdOOsuQ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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