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주 비올라 Nov 25. 2022

그림책 작가 도전하기

한권으로 시작, 그리고 곧 여러 권을 만들수 있기를



   나는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어쩌다 엄마가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그림책은 아이의 영유아기 시절에 필요한 교육도구였다. 아이가 어린 시절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글자를 노출시켜 주려는 목적이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글자만 볼뿐, 그림을 보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 지인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작가 되기>라는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을 추천해 주었다. 마침 시간이 가능하고, 무료라는 이야기에 신청을 하였다. 2개월 동안 강사님의 지도 하에 그림책 한 권을 완성했다. 그림책의 제목은 <내 동생 이름은 해피>이다.


  <내 동생 이름은 해피>는 아이가 정한 제목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동안 나는 매일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책의 소재가 아이가 동생으로 여기는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하는 내용을 받아쓰고, 그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갔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길에서 구조된 흔히 말하는 길냥이였다. 올 때부터 감기약 봉지와 함께 왔다. 약을 며칠 먹고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구내염으로 전체 이를 뽑아야 하는 발치 수술을 했다. 그리고는 최근에는 복막염으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작게는 2십만 원에서 검사항목이 조금 많아지면 2백만 원이 나온다. 


   게다가 고양이가 오면서 남편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되고, 고양이가 계속 울어서 신경이 예민해진 남편은 자주 화를 냈다.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가라고 언성을 높이는 날도 자주 발생했다. 고양이가 방에서 나가서 남편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계속 신경 써야 했다. 야행성인 고양이는 새벽 2시만 되면 나를 깨웠다.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나도 계속 예민하고 날카로워졌다.


   남편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기간에는 온 식구가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사랑스럽다. 내 딸 같다. 그러나 정말 딸을 하나 키우는 것만큼의 비용이 들어가고 그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사람은 10년을 키우면 어느 정도 독립을 하는데, 동물은 10년 차가 되면, 이제 늙고 아프면서 점점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렇게 고양이가 집에 오고, 5년 동안 반복되어 오던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그림책을 만들면서 풀어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았다. 


   그렇게 한 권의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만들면서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동안 계속 남편을 원망하고 비난하던 마음에서, 남편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이해가 되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그림책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는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책에 대하여 배우게 되었다. 그림책은 그 하나로 멋진 예술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전에 그림책을 볼 때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책이야? 이런 점만 몇 개 있는 그림책은 나도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하찮게 여겼던 그림책이 사실 내가 보는 눈이 없어 그 정도밖에는 볼 수 없었던, 나의 미적 수준이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포함한 이미지들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과 그림 사이를 읽는다는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그냥 예쁘다는 것과 잘 그렸다는 유치한 미학을 넘어서 읽는 것이고, 검정과 하양을 읽는 것이고, 절단된 페이지를 읽는 것이고, 그 페이지의 구성을 읽는 것이다. 리듬을 읽는 것이고, 그림과 글을 한 음절씩 읽는 것이고, 펼침 페이지 안에서 이 둘의 상대적 관련성을 읽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총체적 감각으로 모든 요소들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시선을 가져야만 이루어지고, 부분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전체에 집중하는 능력을 길러야만 이루어진다.” (크리스티앙 브뤼엘)


   단순히 글자의 노출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 주었기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글을 잘 읽게 되자 더 이상 그림책을 보지 않았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그림책을 다시 보면서 예술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집중해서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전체와 부분을 각각 해석하고, 그 해석을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예술을 나의 경험과 아우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배우고 훈련할수록 발전되는 것이다. 


“그림책 개념을 적용하면, 그림책이 아닌 경우에도 본문을 간결하게 다듬는데 도움이 된다.” (유리 슐레비츠, 그림으로 글쓰기)


   그림책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다. 그러니 쓰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하고 또 압축한다. 마치 시를 쓰듯, 글자 수를 줄이고 줄이다 보면 잠차 간결하게 쓴다는 것의 느낌을 알게 된다. 이런 연습은 다른 글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림책은 17개의 장면(그림책에서는 ‘펼침면’이라고 한다)으로 <기승전결>을 모두 끌어내야 한다. 일반 ‘책쓰기’라면 한 꼭지를 17개 장면이라고 보면 무난할 듯하다.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한 꼭지 안에서 기승전결을 모두 만들어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창작이라는 것은 혼자서 고뇌하고 고민하고 습작하는 시간이 필수 일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와 같이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혼자서 새롭게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주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에 적극 참여해서 자신의 그림책을 만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도 또 비슷한 수업이 있다면, 참가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3-1)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