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Pink> 바이링구얼 버전을 출간하고 책 리뷰를 부탁할 분들을 모집하기 위해 페이스북 뉴욕 뉴저지 맘카페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내가 이러한 책을 쓴 이유를 설명드린 뒤 무료로 책을 보내드린다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댓글 부탁드린다고.
역시 엄마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30분도 안 되어 내가 예상한 열 분이 채워졌다. 오늘 그분들께 책을 보내러 갔는데 생각보다 배송비가 많이 나온 거 아닌가.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혹시나 배송비 부담이 가능하신지 몇 분께만 먼저 여쭤보았다.
두 분은 흔쾌히 오케이 하셨는데 다른 한 분이 다소 거친 말투로 그럼 착불인지 묻더니 다음부터는 미리 공지해 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웃음 짓는 이모티콘을 붙이긴 했지만 분명 가시가 있는 말이었다. 처음에 온갖 칭찬을 남긴 분이어서 더 놀랐다.
아니라고 이미 배송비는 지불했다고, 책 재미있게 읽으시라고 성급히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영 찝찝했다. 물론 내가 잘못하긴 했다. 미리 공지하지도 않고서 그렇게 물어본 게. 하지만 사람이 완벽할 순 없지 않은가. 앞으로는 배송비 부담 의사가 있는지 반드시 공지사항에 포함시킬 것. 하나 배웠다.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많다. 그냥 가볍게 생각하자 하면서도 살짝 다친 마음이 못내 쓰라릴 무렵, 어떤 분이 배송비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보내주시며 아이들과 따뜻한 차라도 사드시라고 하셨다. 일일이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도 힘들었을 거라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글을 쓰고, 그림은 어떤 게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해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부탁하고, 어떠한 글씨체를 써서 어디에 배치할지 고려해 직접 글과 그림을 얹는 작업까지 혼자 다 했다. 그뿐인가. 전자책과 종이책용 파일로 각기 다르게 변환해 사이트에 올리고(이게 생각보다 진짜 품이 많이 든다) 작가와 책 소개 등까지 전부 영어로 쓰고 판매와 홍보까지. 굵직굵직한 일은 물론 온갖 자잘한 일들까지 혼자 다 하다 보니 정말 아무리 실행력이 좋은 나라지만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름 지쳤던 마음이 낯선 이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속수무책으로 녹아버렸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중요하단 걸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하는 요즘이다. 늘 진심으로 대한다고 생각해도 내 맘 같지 않은 게 사람 간의 관계다.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사람이라는 게. 우리 인생도 일도 사람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구마구 힘들다가도 또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그저께는 내가 바이링구얼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인근 한국어 프리스쿨에서 작가 초청까지 해주셨다. 나는 그곳에 한국어 프리스쿨이 있는지도 몰랐을뿐더러(그분들 역시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듯해 더 반갑기도 했다) 내가 독립출판한 이 책으로 작가 초청까지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내가 이런 일들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기회 아닌가?(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 북토크 역시 내가 한국에서 독립출판한 책 덕분에 얻게 된 기회다) 이 소중한 인연을 또 잘 발전시켜 보는 것도 내 몫일 터.
힘들어도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일이 즐겁다. 번거로운 일들 천지지만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겠다는, 계속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들은 쏟아져 나오고 그 안에서 차별화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 시장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계속해 볼 참이다. 하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게 내 천직이 될지도.